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대출 기준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 8월 27일자

미국 모기지시장은 바다에서 항로를 잃은 배와 같은 처지다. 이에 대해 미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크리스 도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구명보트를 마련하지 못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난했다. 도드 의원은 수백만명의 미국 시민들이 길바닥에 나앉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부시 대통령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힐난했다. 클린턴 의원은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 펀드와 브로커들에 대한 법적조치 마련을 주장했다. 민주당 측은 부시 대통령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국책 대출기관에 대한 개입을 주도해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를 바라고 있다. 또 다른 몇몇 주에서는 시중 금리를 초과한 대출금리를 규제하고 브로커들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니 프랭크 미 하원 재정위원장도 국책대출기관의 개입을 지지하면서 정치인으로서는 다소 ‘솔직한’ 발언을 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미국인들이 모기지 패닉을 겪는 이유가 스스로 상환 능력이 안 되는 집을 샀거나 그러한 능력조차 없는 사람들이 주택 구입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뒤집어보면 달리 해석될 수 있다. 만약 이들에게 누군가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상실 위기에 놓인 집도 없었을 것이고 결국 담보가 없는 이들은 월세를 전전하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따라서 대출심사 강화 등의 ‘개혁안’은 쉽게 집을 구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 앞으로 재기할 기회조차 빼앗는 역효과를 낳게 될 수 있다. 또 시중 금리를 초과한 대출금리를 규제하는 방안도 결국 신용이 불안정한 사람들에 대출 받을 기회를 애초에 주지 않게 되는 것이어서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대출업체들은 고객의 신용을 평가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이고 고객이 자산과 관련한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면 그때 제한을 둬도 늦지 않다. 의회가 진정 해결을 원한다면 이번 사태를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주택시장 침체의 여파가 가장 큰 곳은 미 중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회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과 기업 생산력을 촉진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대출 조건의 강화가 당장의 시장 개선에 도움이 될 지는 몰라도 진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