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채혈관 생산 업체인 에스피엠은 현재 전세계 52개 나라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다. 진공채혈관’은 혈액을 검사 용도와 용량에 맞게 채혈해 운반, 보관할 수 있는 일회용 의료기기로 그동안 100% 수입에 의존해왔던 제품이다.
에스피엠이 국내 최초로 진공 채혈관 국산화에 도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창업초기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정책자금 15억원이 주효했다. 이를 바탕으로 에스피엠은 세계 네번째로 무독성 페트를 소재로한 플라스틱 채혈관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스피엠은 전세계적으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창업 3년 만에 회사 규모가 50배 이상 성장했으며 고용 인원은 150%나 증가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의 두배가 넘는 1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양경식 에스피엠의 대표는 “재무상태만을 고려해 자금 지원을 평가 받았다면 국내 순수기술로 맞든 진공채혈관은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장됐을 것”이라며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에게 기술사업화 자금은 국내는 물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날개”라고 강조했다.
기술사업화자금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재무상태가 취약한 창업초기 유망기업을 발굴ㆍ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지원규모는 2,500억원으로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정책자금이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업체들의 재무여건을 중심으로 정책자금 지원을 결정했던 기존 평가 시스템을 개편해 기업들의 성장잠재력과 기술력 위주로 자금을 지원하고 원스톱 맞춤형 연계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정책자금 신청기업에 대한 ‘예비평가제도’가 올해부터 폐지됨에 따라 재무상태에서 다소 뒤쳐져도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예비평가제도는 자금 지원가능성 여부를 재무 중심으로 사전 필터링하기 때문에 기술력 평가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중기청과 중진공은 평가항목을 현재의 영업ㆍ거래기반이나 상환능력, 재무전망 보다는 미래 시장성ㆍ성장성, 마케팅 능력 등 ‘미래성장 위주’로 개편했다. 일반기업의 경우 재무평가비중이 40%에서 20%로, 소자산기업(자산 10억원 미만)은 20%에서 10%로 각각 낮아지는셈이다.
보다 엄격한 지원업체 선정을 위한‘기술사업평가센터’도 올해 처음으로 신설됐다.
평가센터는 기술사업화 자금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고분자가공, 메카트로닉스, 전자ㆍ통신, 정보처리, 섬유 등 15개 분야에 걸쳐 2,601명의 전문가풀을 갖추고 깐깐한 심사작업을진행하고 있다.
특히 기술사업화자금의 경우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종합진단을 통한 맞춤 연계지원’을 의무화해 업체의 성장과 자립에 대한 종합 지원을 유도하고 있다. 맞춤형 연계지원은 기업경영 종합진단을 통해 해당 중소기업에 성장로드맵을 제시하고 성장 과정별로 필요한 연수 및 연구ㆍ개발(R&D), 마케팅,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그 동안 맞춤형 연계지원을 받은 업체들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에서 20% 안팎의 증가율을 보이는 등 남다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선기업들의 자금수요도 몰리면서 지난 5월말 현재 464개사에서 2,870억원의 기술사업화 자금을 신청했다. 반면 지원업체는 203개사, 703억원으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기청과 중진공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기술사업화자금의 확대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기술사업화 자금의 경우 올해 별도의 예산으로 편성된 것이 아니라 ▦창업기업지원자금 ▦신성장기반자금 ▦긴급경영안정자금 ▦개발기술사업화자금 ▦사업전환지원자금 등에서 일부씩 갹출해 조성됐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중진공의 한 관계자는 “기술사업화 자금은 아직까지 시범실시에 지나지 않지만 올해부터 성장 잠재력 확충으로 전환된 정책자금 지원기조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자금”이라며 “자금 운용 성과추이를 살펴본 뒤 기술사업성 자금에 대한 단계적 확대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