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증시 부진에 자금 조달길 막히자 "컴백 홈"

■ 외국계 기업 3노드디지탈 자진 상장폐지<br>투자자 불신으로 주가 추락<br>"너무 저평가" 판단도 작용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외국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증시를 노크한 3노드디지탈이 자진 상장폐지를 택한 것은 국내 증시 부진으로 자금 조달길이 막히면서 더 이상 상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3노드디지탈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때만 해도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계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자금 조달 창구였지만 이후 증시가 부진의 늪에 빠지자 더 이상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이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규모는 2조3,637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1년 보다 81.7% 감소한 수치이자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97년 후 최저 수준이다.


자금 조달 기능이 마비되자 제 발로 국내 증시를 떠난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자진 상장폐지를 택한 상장사는 코원에너지서비스를 비롯해 5개 업체로 이는 지난 2005년(7개) 이후 최대치다. 그나마 그 동안에는 국내 기업들이 주로 자진 상폐 결정을 내렸지만 이제는 부푼 꿈을 안고 국내 증시에 입성한 외국계 기업마저 스스로 짐을 싸 나가는 상황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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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코스닥 상장사 IR 담장자는 “3노드디지탈은 국내 증시가 최고점을 달리던 2007년에 상장된 업체로 공모가 3,000원에서 출발해 한 때 주가가 1만5,000원까지 오르며 코스닥 시가총액 20위 안에도 진입했다”며 “이후 증시 거래가 위축되고 주가마저 곤두박질치자 저평가를 받는다고 판단해 스스로 상폐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고섬사태로 촉발된 ‘차이나 리스크’로 외국계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도 자진 상폐 결정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외국계 기업 16개 중 공모가를 웃도는 기업은 코라오홀딩스, 중국식품포장, SBI모기지, SBI액시즈 단 4곳에 불과하다.

조광재 우리투자증권 주식자본시장(ECM) 그룹장은 “중국고섬, 성융광 투자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 투자자들의 외국계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돼 있다”며 “회사 가치 대비 국내 시장에서 할인되는 정도가 너무 크다고 판단해 자진 상폐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3노드디지탈의 자진 상폐 결정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기업 상장 계획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기업 IPO를 준비중인 곳은 3곳 정도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승화산업의 자회사이자 일본 케이블 TV방송국인 KNTV 상장 작업을 진행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상장을 진행했다가 철회했던 호주패스트 패션 전문기업 패스트퓨처브랜즈(FFB)의 IPO에 재도전한다. 우리투자증권은 미국 기업인 액세스바이오의 상장을 추진중이다. 액세스바이오는 대주주와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인으로 아직 미국 증시에는 상장이 되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금융당국과 거래소가 해외 우량 기업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국내 증시 부진이 이어지고 외국계 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해외 기업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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