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쇄신] [목요일 아침에/7월 9일] '中道강화론'의 허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중도 강화론’을 강조하면서 전반적으로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민대책의 중요성을 내세우면서 부동산ㆍ조세ㆍ교육 정책 등에서 집권 초기의 프레임을 바꿔나가고 있다. 중도 강화론은 올 들어 대통령 직속의 미래기획위원회가 이미 내놓은 중산층을 살리기 위한 ‘휴먼 뉴딜’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녹색성장 정책과 함께 현 정권 국정운영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분배주의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시기적으로나 소득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보나 중도 강화론은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과거 선진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경제위기가 있을 때마다 사회복지정책이 강화되고 효율성과 더불어 형평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복지 프레임 전환은 시의적절
소득불평등의 가속화 현상도 중도 강화론의 필요성을 대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소득불평등’ 항목을 처음으로 추가해 발표한 ‘2009 통계연보’에 따르면 22개 비교대상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는 세금과 복지지출 등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2005년 기준이기는 하나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이 가계소득의 불평등을 줄이는 효과는 OECD 평균의 7분의1, 세금은 6분의1에 그쳤다. 과세와 복지지출 이후 불평등이 줄어든 정도도 OECD 평균이 10포인트인 반면 우리는 2포인트에 지나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그동안 중산층이 급격하게 줄어든 사실은 새삼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소득의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소득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빈곤층은 1996년 11.2%였으나 2006년에는 20.1%로 나타나 두배로 늘어났다. 스스로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훨씬 더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일반적으로 중산층이 사회통합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입장을 취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중도 강화론은 유난히 과거 지향적인 사회갈등이 많은 우리의 현실에도 부합한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중산층 복원 정책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대원칙을 지켜 친기업정서를 유지하면서 서민층 중시 정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빚으로 살아가는 최저소득층의 중산층 복원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게 사실이다. 이는 기업투자 활성화가 전제돼야 하는데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예정됐던 법인세율 인하나 임시투자세액 공제 같은 기업우대 정책을 거둬들이면서 투자확대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서민정책이 포퓰리즘에 빠지기 쉬운 것도 경계해야 할 점이다. 종합부동산세의 재산세 통합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종부세 폐지를 유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원래는 종부세를 없애도 재산세에서 그만큼을 더 걷는다는 게 기본방침이었지만 종부세 자체를 없애는 것이 서민홀대 정책으로 비춰질까 두려워 단행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사교육 억제를 위한 교육정책은 또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공교육 강화가 이뤄지면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정착해야 할 사교육 축소가 공권력 등에 의해 강제로 개선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도리어 고액 불법과외가 기승을 부릴 것을 우려하는 게 서민들의 심정이다. 국민적 공감대 전제되어야
중도 강화론이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이를 실현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정책의 일관성이 허물어지는 데 따른 심리적 저항은 차치하고라도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민심 달래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은 정책집행의 걸림돌이 되기 쉽다. 국가전략이 선회할 때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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