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형마트 '통큰 주유소' 논란 불거지나

정부, '광역시 이상' 이어 추가 규제 완화 추진<br>ℓ당 50~70원 싸 '제2 통큰치킨' 논란 불가피


정부가 기름값을 잡기 위해 발벗고 나서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달 광역시 이상 대형마트 주유소에 대한 규제를 풀었으며 효과를 봐가며 추가 규제 완화도 검토할 방침이다. 대형마트들도 그동안 규제와 반대여론에 막혀 중단했던 주유소 설립 재개에 나섰다. 대형마트 주유소는 인근 주유소보다 리터당 50~70원가량 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블랙홀처럼 운전자를 빨아들이면서 인근 자영 주유업자뿐만 아니라 지역 영세상권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제2의 통큰치킨 논란'이 불가피하다. ◇규제완화 한 달,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 재개되나=그동안 지방자체단체들은 대형마트와 주유소 간 거리를 일정간격을 띄우도록 하는 고시를 자체적으로 제정해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을 막아왔다. 그러나 기름값 안정을 위해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를 추진해온 지식경제부는 아예 상위법인 석유 및 대체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난 12월10일부터 광역시(인천ㆍ대전ㆍ대구ㆍ광주ㆍ부산ㆍ울산) 이상에서 대형마트 주유소 관련 거리 규제를 풀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당초 전국적으로 규제를 풀려고 했으나 지역 상권을 고려해 인구 50만 이상으로 추진했다가 사회적으로 동반성장 이슈가 부각되면서 결국 광역시로 한정됐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들은 이 같은 규제완화 분위기를 고려, 주유소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성남 하나로마트에 주유소를 연 농협은 올해는 수원과 광주에 주유소를 열 예정이다. 농협은 2015년까지 총 15곳까지 주유소를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울산 남구에서 중단했던 주유소 건립을 재추진하기 위해 지자체에 의견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은 "전국적으로 6~7개 점포에서 주유소 설립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사업성과 규제 상황 등을 검토해 추가 출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2의 통큰 치킨' 논란일 듯=현재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주유소는 10곳에서 운영 중이다. 인근 주유소에 비해 리터당 50~70원 정도 싸다. 용인 수지 롯데마트 주유소(셀프)의 경우 16일 기준으로 리터당 1,782원으로 경기도 평균 가격인 1,827원보다 45원 저렴하다. 대형마트 주유소가 싼 이유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팔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주유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유사들로부터 기름을 싸게 사올 정도의 '바기닝 파워'는 아직 없다"며 "많이 파는 대신 리터당 판매 마진을 적게 남기기 때문에 인근 주유소보다 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형마트 주유소가 들어서면 인근 지역 주유소가 초토화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대형마트로 상권 쏠림을 가속화해 지역 중소영세상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이 본격화되면 '제2의 통큰치킨'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성필 한국주유소협회 팀장은 "대형마트 주유소가 들어선 인근 지역의 자영 주유소들은 폐업했거나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며 "앞으로 주유소 설립이 본격화되면 시위ㆍ탄원 등의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광역시 남구청의 한 관계자는 "법적인 요건만 갖추면 지자체로서도 주유소 설립을 허가할 수밖에 없지만 대형 유통회사들이 지역상권을 고려하는 '통 큰'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