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기술규제가 새로운 보호무역 장벽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알려온 시험·검사·인증과 관련한 기술규제는 총 1,560건으로 WTO가 설립된 지난 1995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15일 지난해 WTO 기술규제 통보문이 전년에 비해 28% 늘어났다고 밝혔다.
WTO 기술규제는 국가별로 서로 다른 기술규정ㆍ표준ㆍ인증절차를 갖고 있어 해당 국가가 자국으로 수출하는 국가ㆍ기업에 이 같은 기준을 준수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반덤핑관세ㆍ세이프가드 등이 주요 보호무역 장벽이었다면 무역기술장벽(TBT)과 지적재산권 등이 신보호무역 장치가 됐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미국ㆍ유럽 등은 에너지스타, 에코디자인, RoHS 개정안 등 등 환경ㆍ에너지 관련 규제를 계속 만들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 우리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 유럽연합(EU)의 기술규제 통보문은 지난해 104건과 78건으로 전년 대비 각각 65%와 20% 늘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지난해 16회에 걸쳐 WTO TBT 위원회를 통해 수출에 장애가 되는 외국의 기술규제에 대해 특정무역현안으로 이의제기를 했다. 특정무역현안이란 국가 간 무역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는 기술규제를 다루는 안건을 말한다.
기표원의 한 관계자는 "각국의 기술규제 건수가 늘어난 것은 규제의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측면으로 볼 수도 있으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시험ㆍ인증과 같은 기술규제를 무역장벽화한다는 설명이 설득력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TBT 중앙사무국은 중소·중견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동향분석 및 국내 업계 대응사례를 모아 '2012년 무역기술장벽 보고서'를 발간했다.
기표원 관계자는 "보고서에는 EU의 타이어 형식 승인과 에너지 효율 라벨링 규제, 미국의 충전기 및 외부전원공급장치 시험기준 개정 등 국내 업계 대응사례 및 현황이 국가별로 정리돼 있어 수출시 참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