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 통화스와프]재정부·韓銀 양동작전이 일궈낸 합작품

美 재무부채널 풀가동 압박…물밑선 FRB와 조율<br>최종계약 발표 앞두고 낯뜨거운 功 다툼 '옥에티'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투톱 시스템이 모처럼 일궈낸 ‘빛나는 합작품’이다. 외곽에서는 기획재정부가 미 재무부와 채널을 풀가동해 압박하는 한편 물밑에서는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실무작업을 조율하는 양동 작전이 이 같은 드라마를 연출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워낙 ‘전리품’이 크다 보니 논공행상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양측의 이견 노출과 조직 이기주의는 ‘옥에 티’로 지적된다. ◇채널 풀가동한 재정부=재정부는 금융시장의 패닉을 불러왔던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인 지난 9월 중순부터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을 깨닫고 미국 재무부와 접촉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한국의 신용등급과 다른 이머징 국가와의 형평성으로 난색을 표했지만 재정부는 우리의 금융불안이 선진국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이른바 ‘리버스 스필오버론’을 꺼냈고 특히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만큼 미 국채로 상당수 채워진 외환보유액을 헐 수밖에 없다며 미국을 압박해나갔다. 신제윤 차관보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이 클레이 로리 미 재무부 차관보와 수시로 e메일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조율했다. 때마침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G-20 ‘긴급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선진국 간 통화스와프 대상에 신흥국가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미국을 더욱 밀어붙였다. 결국 미국은 며칠 뒤 긍정적 사인을 보내왔다. 여기에 21일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양국의 공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답변 얻어낸 한은=재정부가 외곽에서 지원사격을 했다면 한은은 적진에 침투해 실질적인 임무를 수행해냈다. 재정부가 미 재무부와 접촉을 시작했던 시기에 맞춰 한은 역시 미 FRB와 기존 라인을 통해 탐색전에 나섰다. 특히 FRB가 지난달 24일 호주ㆍ덴마크ㆍ노르웨이ㆍ스웨덴 등 4개국 중앙은행과 추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면서 ‘우리도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한은 워싱턴 사무소와 이광주 국제담당 부총재보가 선봉에 섰다. 이 부총재가 협상 총괄을 지휘했고 김명기 워싱턴사무소장이 실무책임을 맡았다. 이달 들어 이 부총재의 행보가 더욱 빨라졌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부총재와 미 FRB의 도널드 콘 부의장, 로리 재무부 차관보 등을 잇달아 만나며 설득작업에 나선 것. 모두 손사래를 쳤지만 국내총생산 세계 13위인 한국의 위상과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된 금융시장 개방화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 결과 23일 FRB로부터 한국을 포함한 몇몇 신흥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는 긍정적 통보를 받았다. ◇공 다툼으로 얼굴 붉힌 양측=하지만 모처럼만의 재정부와 한은 간 찰떡 호흡은 최종 계약 결정을 앞두고 어긋나버렸다. 이번 쾌거의 공이 과연 어디에 있느냐를 두고 불협화음이 생긴 것. 재정부가 29일 협상안을 미리 흘리자 한은이 발끈하며 재정부와의 공동 발표 요청을 뿌리치고 이날 오전6시30분에 단독 기자회견을 가진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정부는 뒤늦게 8시30분에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통화스와프 추진은 재정부가 일관되게 주도했고 한은은 처음에는 소극적인 자세였다”며 “뒤늦게 일이 잘 처리되자 한은이 마치 이번 일의 주인공처럼 나선 것은 염치없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은의 한 관계자는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 간의 문제이지 정부가 끼여들 여지가 없다”며 “특히 우리와 상의도 없이 29일 미 FOMC에서 최종 결정되기 전 재정부에서 사전에 협상내용을 흘린 것은 기본 예의가 없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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