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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더 받자고 하는게 아닙니다. 그냥 여기서 살고 싶은 겁니다."(성시훈 이촌동 성원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
"4년 넘게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어요. 보상만 기다리고 있습니다."(이촌동 단독주택가 주민)
총 사업비 31조원의 단군이래 최대 개발사업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23개 빌딩 디자인 이 공개된 이후 지난 주말 기자가 찾은 서부이촌동. 계획안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단독주택가 주민들은 이달중 발표될 보상안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한 반면 성원ㆍ대림 등 한강변 아파트 주민들은 서부이촌동 일대를 개발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며 강한 반발을 보였다.
곳곳에 붙어 있는 현수막도 이 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고 있었다. 주택가에는 "3.3㎡당 실거래가격 2억을 주민들은 기억하라"며 높은 보상액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아파트 단지 벽엔 "한강수가 혈수(血水) 돼도 내 집 사수한다"와 같은 자극적인 구호들이 덮여 있었다.
◇깊어지는 갈등의 골= 서부이촌동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의 성패를 결정할 최대 변수다. 오세훈 전 시장이 이 일대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대상에 편입시켰지만 한강변 일대 아파트 주민들이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대 입장이 강경한 대림ㆍ성원등 아파트 주민과의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
용산국제업무지구 시행사인 드림허브PFV 관계자는 "사업 시행자 선정 시 주민동의율이 56%였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 사업을 진행해도 법적으론 무리가 없다"면서 "하지만 원주민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보상계획 발표 후에 찬반을 다시 물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서부이촌동 일대에서 주민들이 조직한 이른바 '비상대책위원회'만 11개에 달할 만큼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시는 이 일대 주민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갈등조정관'까지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잡한 이해관계 쉽게 풀리기 힘들어= 서부이촌동 S공인 관계자는 "대림ㆍ성원아파트는 주택면적에 비해 대지 지분이 작다"며 "여기에 입주권은 개발계획이 발표된 2007년8월30일 이전 소유주에게만 주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다 보니 반대 목소리가 클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림 84㎡(이하 전용면적 기준)의 대지지분은 24.73㎡인 반면 상대적으로 찬성 의견이 많은 동원 84㎡의 지분은 44.04㎡로 두배 가까이 된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는 같은 면적의 아파트지만 보상금액은 수억원씩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대해 대림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재홍 법률자문위원은 "만약 강제수용방식이 될 경우 드림허브 측이 약속위반을 해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에 주민들은 보상 계획을 믿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드림허브나 서울시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한규상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시행사가 발표할 보상계획에 대해 공증이나 사업시행인가 시 필요조건으로 넣는 식의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는 해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보상안이 확정되면 6개 권역으로 나눠 주민의 의사를 물은 뒤 결과를 보고 통합ㆍ분리개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