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시중은행의 아파트 중도금대출 연체율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들어 분양 때 받는 집단대출의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집단대출의 50~60%를 차지하는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최고 5% 후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우려해야 할 수준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부실 감추기에 급급한 모양새며 은행들은 신규 집단대출을 줄이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여기에 금융당국마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연체율 현황을 알아본 결과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4월 말 현재 1.8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의 1.35%보다 0.49%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반 신용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집단대출 부실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금융당국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2006년 이후부터 집단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을 크게 늘려온 은행을 중심으로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3%대 후반에서 5%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중도금대출은 집단대출의 50~60%를 차지해 중도금대출 부실이 연쇄적으로 집단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2%대 후반이었던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올 들어 5%대 후반까지 상승했다"며 "이미 부실이 난 집단대출은 손을 쓸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신규 집단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연체율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도금대출 연체율 급등은 부동산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06~2008년 고분양가의 아파트단지를 분양 받았던 입주 예정자들이 입주시점을 앞두고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보다 하락하자 중도금 납입을 집단으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와 분양계약 무효소송이 벌어지고 이 불똥이 고스란히 금융권으로 튀어 시중은행들의 건전성 악화를 촉발했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한폭탄의 카운트다운이 작동을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중도금대출 부실 문제를 단순히 아파트 계약자와 건설회사 양자 간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금융당국이 관련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