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일감을 몰아서 받는 MRO업체 중 상당수가 재벌의 개인회사라는 점과 더불어 중소 유통상의 생존권 확보가 필요하다는 근거에서였다.
하지만 정치적 명분에 지나치게 빠진 나머지 규제 도입 과정에서 현실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고 졸속 추진한 것이 문제였다. 중소기업 중 비중이 얼마 안 되는 중소유통상을 위한 사업조정이 정작 대다수 중소 제조업체의 현실을 무시했던 것이다.
이 규제로 중소 제조업체들은 기존 MRO 대기업을 통해 얻은 △물류센터 공유 △공동구매에 따른 구매비용 절감 △판로확대 △안정적인 대금결제 등의 편익을 한순간에 잃게 됐다. 동반성장 대표 사례로 꼽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은 보호되고 있지만, MRO 규제는 중소기업의 선택권 자체를 아예 박탈하고 있어 수요자인 중소기업 이익을 크게 침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울러 당시 일부 언론이 전자상거래 등 IT에 기반한 유통산업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면서 일감 몰아주기 폐해를 막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경제력 집중 제한이라는 목적과는 동떨어진 다른 이유로 MRO 문제를 일부 대기업집단에 대한 공격 빌미로 삼았다는 것. 이러다보니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넘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즉 재벌그룹에 속하는 전자상거래 대기업만 무차별적 영업제한을 하고, 그외 대기업은 전혀 적용을 받지 않는 기형적인 날림규제가 탄생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