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학생 주거난, 대학은 뭐하나

'장기간 연 7~8%대의 고율의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합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투자자라면 솔깃할 만한 고수익을 제공하는 펀드가 있다. 바로 대학생 기숙사 펀드다. 대학 내 부지를 제공받아 기숙사를 지어 15~20년간 운영한 뒤 대학에 건물과 운영권을 넘겨주는 방식의 민자 기숙사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기숙사가 부족한 대학들은 수백억원대 건물을 공짜로 마련할 수 있는 민자 기숙사 도입을 너도나도 추진했다. 초기에는 비싼 방값 때문에 학생들이 외면했지만 최근에는 대학 인근 전월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한 수익률 뒷면에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이 자리하고 있다. 민자 기숙사의 방값은 월평균 34만원. 여기에 의무 구매 식권 등을 포함하면 학생들이 내야 하는 비용은 보통 40만원 안팎이다. 연간 500만원 선인 기숙사비는 769만원인 사립대 등록금 못지않게 부담되는 액수다. 민자 대학 펀드는 누이(투자자) 좋고 매부(대학) 좋지만 결국 그 돈은 대학생과 가족의 주머니에서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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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참다 못한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했고 이번에도 정부가 나섰다. 사립대 기숙사 건립에 저리의 국민주택기금을 동원키로 한 것.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5~6곳의 학교에 총 2,200실 규모의 기숙사 건립을 위해 연 2~4% 금리로 지원한다. 물론 여전히 수요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연초에도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1만 가구를 일시에 공급하느라 홍역을 치렀다. 선거 해를 두고 대학생 민심 잡기에 속이 탄 정부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다.

대학생 주거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난리법석에서 정작 쏙 빠진 당사자가 있다. 바로 대학이다. 대학생 주거 안정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역할을 담당해야 할 대학은 그저 정부에 손만 벌리고 있다. 최근 들어 사립대 캠퍼스엔 번드르르한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또 대학들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대학들이 학생들의 주거난을 외면하는 이유는 능력이 아니라 의지가 없기 때문 아닐까.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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