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때문에 사랑까지 장애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주위 시선에 아랑곳 없이 서로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장애의 벽을 허물고 삶의 동반자로서 미래를 설계하는 장애인-비장애인 커플이 있다. 2년 전 처음 만나 결혼을 앞둔 이용남(33ㆍ사진 왼쪽)ㆍ 손성선(28)씨가 그 주인공. 손씨는 봉사의 삶을 살겠다며 4년 전 예비수녀가 됐지만 글을 쓰고 싶은 본능을 숨기지 못해 2년 만에 수녀원을 뛰쳐나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집안에서 수녀나 신부가 나올 것을 고대했던 아버지는 이를 못마땅히 여겼고 이 때문에 손씨는 서울에 올라 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자취를 하면서 식당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그러던 중 휠체어를 탄 채 식당을 자주 찾는 단골손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식당 옆에서 컴퓨터 가게를 하던 이씨였다. 다른 손님을 많이 데려 오는 이씨가 고마워 늘 따뜻하게 대했고 이씨도 내색은 못 했지만 손씨의 그런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가던 어느 날 새벽 이씨가 용기를 내어 손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사랑을 고백했다. 5년 전 사고로 목을 다쳐 손발이 마비가 된 1급 장애인이라는 점 때문에 어렵사리 속마음을 털어 놓자 이씨의 순수함을 알았던 손씨는 흔쾌히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 손씨 도움으로 사업 실패를 이겨 낸 이씨는 좌절하지 않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몇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노동부 7급 시험에 합격해 근로감독관이 됐다. 이씨는 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돕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로 공무원 생활을 준비하고 있고 손씨는 이씨를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장애 어린이를 소재로 한 동화를 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