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유력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장수기업의 조건’이라는 보고서에는 노사관계가 기업의 성장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수명은 보통 30년을 넘기기 힘들지만 ‘노사협력’이라는 특유의 DNA를 보유한 장수 기업들은 30년을 훨씬 넘게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노사관계가 불안한 국내 장수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최근 20년간 3.5% 인데 반해 노사관계가 안정된 기업들은 9.2%에 달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눈길을 끈다.
노사관계의 중요성이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자꾸 되새기게 되는 이유는 요즘 우리 공사의 노사관계가 그리 편치 못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2년여 동안 코레일의 경영자로서 나름대로 만성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부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는 숙제가 바로 노사관계이다.
코레일의 노사관계가 꼬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효율화’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본다. 효율화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똑같은 에너지를 투입해 더 많은 생산성을 만들어낼 때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효율성이 높으면 기업가치는 증대되고 그 보답으로 직원들에 대한 대우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코레일은 공익성 못지않게 수익성도 빼놓을 수 없는 공기업인 만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전반에 걸쳐 구조개혁을 단행 중이다. 단 한명도 강제로 정든 일터를 떠나보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한편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철도경영 정상화는 요원하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강조해왔다.
이를테면 우리 공사의 구조개혁은 효율화를 의미한다. 방만한 계열사를 통폐합하고 외부의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일손이 모자란 곳에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넘치는 곳의 인력으로 대체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런데 노조는 이러한 경영개선 노력을 강제해직을 포함한 부정적 의미의 구조조정이라고 규정짓고 최근 ‘구조조정 저지’를 목표로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효율화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효율성을 높여 더 좋은 회사를 만들자는 평범한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노조가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기업은 더욱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 방만한 경영으로 만성적자에 시달린다면 이는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교통 약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협력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 국민의 혈세 투입을 줄이는 것도 공기업의 공공성 의무에 포함된다. 공기업의 노사는 국민의 눈을 벗어나서 결코 존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