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영 IRNA통신은 21일(현지시간) 이란 정부 고위급 인사와 원전 건설사인 러시아 로스아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셰르 원전의 연료 장전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163개의 연료봉(무게 약 82t)을 원자로 안에 장착하는 작업은 열흘 가량 걸릴 예정이며, 이르면 10월 말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이란 당국은 보고 있다.
알리 아크라브 살레히 이란 원자력기구 대표는 "이란의 평화적인 핵 활동을 상징하는 원전의 서막을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고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원자력청장 겸 로스아톰 사장도 "36년간의 기다림이 결실을 보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1,200km, 페르시아만 연안의 부셰르 지역에 자리 잡은 이 원전은 1,000MW급 가압경수로형 원전이다. 친미 성향의 팔레비 정권 아래 미국의 지원으로 1975년 1월 착공됐지만, 79년 이슬람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 등이 겹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가 1995년 러시아의 지원으로 공사가 재개됐다. 총공사비는 10억 달러가 투입됐다.
서방은 이란의 원전 가동을 탐탁지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지만 부셰르 원전이 핵무기 개발에 악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부셰르 원전은 지난 6월 유엔의 제4차 대이란 제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핵 연료를 공급하는 러시아도 핵 연료 선적 및 운송, 사용 후 핵연료 반환까지 전 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을 준수함으로써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소지를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역시 부셰르 원전과 관련한 핵 확산과 위험은 없는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비 할러데이 국무부 부대변인은 AFP통신에 "우리는 부셰르원전이 민수용으로 설계됐으며 핵 확산의 위험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원전 가동에 필요한 연료의 장기적 조달을 위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혀 서방과의 갈등을 예고했다. 이란은 현재 나탄즈 시설에서 원전 연료용인 3.5% 농도의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으며 콤 지역에 제2 핵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또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20%까지 농축할 수 있는 파일럿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