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시스템경영으로 공백 메워 대내외로 보폭 넓힌 이재용

이건희 회장 입원 석달째<br>SDI와 제일모직 소재 합병 등 굵직한 현안 해결… 입지 공고히<br>전자 새 먹거리 발굴은 숙제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오는 10일로 입원 석 달째를 맞게 된다. 그룹 총수의 공백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삼성은 특유의 '시스템 경영'을 토대로 큰 차질 없이 이 회장의 빈자리를 메워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그룹 안팎의 현안을 직접 챙겨가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회장은 지난 5월10일 오후10시께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근처의 순천향대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11일 새벽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stent)' 시술을 받았다. 이후 혼수 상태에서 회복한 이 회장은 일반병실로 옮겨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손발을 조금씩 움직이고 쳐다보면 눈을 맞추는 등 간단한 외부 자극에 반응한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다만 이 회장은 아직 사람을 알아보거나 의사소통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각종 자극에 대한 이 회장의 반응이 나날이 호전되고 있고 여러 장기의 기능도 완벽히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인지 기능의 회복도 희망적일 것"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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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의 입원에 따른 그룹 총수의 공백이 10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은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을 이끌어오고 있다. 최 부회장은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매일 같이 이 회장의 병실을 찾아 문안 인사 형식으로 그룹의 주요 사안 등을 전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입원하기 전에도 일상적인 경영에는 직접 관여해오지 않았던 만큼 당장 경영 공백에 따른 타격은 없는 상황"이라며 "계열사별 자율경영과 미래전략실의 지원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이 회장 입원 이후에도 굵직굵직한 주요 현안을 처리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삼성은 6월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에버랜드의 상장계획을 발표하고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 부문의 합병을 완료하는 등 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경영진이 나서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노동자의 보상을 위한 대화를 재개한 데 이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사의 단체협약 협상도 타결됐다. 또 6일에는 삼성전자가 애플과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진행 중이던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전격 합의하는 등 쉽게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난제들을 하나둘 해결해가고 있다.

이 회장의 부재 속에 경영자로서의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이 부회장 역시 그룹의 대내외 업무를 적극적으로 챙기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게 다져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을 대표해 방한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네 차례나 만나 돈독한 사이를 과시한 데 이어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애플의 특허소송 철회를 이끌어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공백 속에 이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의 연이은 실적악화와 스마트폰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이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이 현 상황을 극복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그룹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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