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트맨3'는 촬영을 다 끝내고도 개봉을 못할 뻔 했었다. 배트맨이 모는 차가 통과한 정원(庭園)을 자신이 설계했다며 조경디자이너가 저작권료 소송을 냈기 때문이었다. 브루스 윌리스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12몽키즈'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의자가 자신이 디자인 한 스케치와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디자이너가 저작권료를 요구해 개봉한 지 한 달도 못돼 상영금지 명령을 받았었다.
지적재산권 분쟁이 해외 사례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국내 한 포털사이트 이용자가 다섯 살 난 딸이 인기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춤을 추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법정 공방을 벌였다. 애국가도 저작권 논쟁이 있었다. 애국가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므로 영리적 방송이나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애국가를 연주ㆍ방송할 경우 작곡가 안익태의 유족에게 저작권료가 지급되는 것을 두고 국민정서에 들끓었고 유족들이 애국가 저작권을 정부에 무상양도 하면서 일단락 됐다.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의 산물인 저작물을 둘러싼 지적재산권은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작권법의 문제는 완벽한 보호냐 아니면 통제를 완벽히 포기하느냐 식의 흑백논리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사실 저자는 법학자인 동시에 저작권법 확대 금지와 무선주파수 스펙트럼 공유를 주장하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저작권을 포기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퍼블릭 도메인'을 주장하는 사람은 히피나 좌파로 낙인 찍히고, 지적재산을 물질적인 사유재산처럼 지키려고 하는 사람은 자유시장주의자나 성장론자로 평가된다는 점에 대해 저자는 안타까움을 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수세기 동안 저작권법이 기업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지적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갖춘 저작권 시스템'의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책은 C로 시작되는 3개의 키워드를 제시한다. 공유재라고 번역되는 '커먼스(Commons)'는 공공도로나 공원처럼 인터넷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며 이를 이용하는 자유가 가져다 주는 창의성과 혁신의 가치를 강조한다. 현실공간과 인터넷 공간의 대조를 뜻하는 '콘트라스트(Contrast)'는 현실의 제약이 인터넷의 등장으로 어떻게 극복되고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가능했는지를 얘기한다. 저자의 주장이 압축된 세번째 키워드는 '컨트롤(Control)'. 새로운 것을 억압하는 통제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역설적인듯 하지만 저작권 보호가 없는 것이 저자에게 손해가 되는 동시에 이익도 된다. 창의적인 작품은 창작 과정에서 인풋(input)도 되고 아웃풋(output)도 되기 때문이다. 인풋에서 비용이 올라가면 아웃풋이 줄어든다."
책의 논지는 혁신과 창의성에는 자유라는 자원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놔둬야 가치가 더 생기는 자원은 통제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또 다른 '보호'임을 일깨운다.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