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를 맞아 신축한 제2의원회관(신관)에서 일하는 한 보좌관은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업무를 마친 저녁, 의원회관 밖을 나서려는데 입구가 잠겨 있었기 때문. 한참을 헤매다 저녁 시간대가 되면 제1의원회관(구관)을 통해서만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국회가 개원하면 늦게까지 남아 일을 할 때가 많아질 텐데 신관을 왜 잠그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881억9,600만원을 들여 호화 논란까지 빚은 제2의원회관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제2의원회관은 특수코팅된 이중 고급유리가 외관을 둘러싸고 있는 데다 내부는 대리석 바닥이 깔려 있다. 의원실 면적만 해도 148.76㎡(약 45평)로 구관에 비해 두 배가량이나 넓어졌다. 이로 인해 제2의원회관은 '국회의원 특권 포기' 분위기가 일면서 호화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논란과는 딴판이다. 저녁 시간대에 문이 잠겨 신관 내부를 헤맨 사례가 있는가 하면 복잡한 구조로 인해 의원실을 찾지 못한 초선의원의 사례도 있다. H형 구조로 돼 있는 제2의원회관의 양쪽 건물은 6층을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만약 10층에 위치한 의원실을 잘못 찾았을 경우 6층으로 내려가 옆 건물로 이동한 후 다시 10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게다가 페인트와 접착제 냄새가 아직 완전히 빠지지 않아 '새집 증후군'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사실 제2의원회관 신축은 필수적 사안이었다. 300명의 의원들과 2,000여명의 보좌진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구관에선 취재차 들른 기자나 민원인, 정부 측 인사들이 방문할 때면 대화를 나눌 자리가 비좁아 복도로 나가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회관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매서운 이유는 내실보다는 화려한 외관에만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권위는 번쩍거리는 유리 벽과 매끄러운 대리석에서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