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값 급등…"이젠 돌반지도 안 사가요"

손님 절반가량 줄어 썰렁<br>여윳돈 있는 중·장년층은 금값 추가상승 기대감에 금괴등 대량매입 하기도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6일 종로의 한 귀금속 종합상가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겨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친한 친구 아들 돌 반지를 사러 나왔는데 금반지 가격이 10만원이 넘으니 차라리 현금으로 10만원을 주고 말지 더 비싼 금반지를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김모(33)씨는 종로에 있는 금은방 몇 곳을 둘러보고는 비싼 가격 때문에 결국 금반지 사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26일 오전 종로2가에 줄지어 늘어선 귀금속 도매상가에는 이른 시간에 쌀쌀한 날씨 탓인지 좀처럼 손님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매장 주인들은 손님의 발길이 뜸하자 한가로이 신문을 읽거나 이웃 업주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금값 고공행진에 손님 절반 정도 감소=종로에서 귀금속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문모(45)씨는 “경기가 안 좋은데 금값마저 많이 올라 손님이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었다”며 “돌 반지도 가까운 친척이 아니면 사지 않고 가격만 물어본 뒤 비싸다고 안 사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올 초만 해도 이곳에서 3.75g(1돈)짜리 금반지 가격은 7만8,000원 정도였으나 현재는 11만2,000원으로 43%나 올랐다. 이는 국제상품시장에서 금 선물가격이 올 초 온스당 630달러 수준에서 현재 820달러대로 31%가량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10년 넘게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7)씨도 “올해 들어 손님이 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고 간혹 찾아오는 손님도 비싼 가격에 놀라기 일쑤”라며 “하루 매출로 직원 인건비와 임대료를 감당하기도 벅차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돌잔치 때 금반지를 선물하는 모습은 이미 오래전부터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결혼 예물도 순금보다는 다이아몬드와 14k 세트가 주로 팔리고 있다. 귀금속 도매상가 주인인 박모(43)씨는 “젊은 층이 주로 찾던 14k 커플링도 최근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예물 역시 집 장만이 우선인데다 금값도 올라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여윳돈 있는 중장년층은 금 대량 매입도=금값이 급등하면서 돌 반지나 예물 등의 수요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금 관련 시장이 침체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윳돈이 있는 일부 중장년층은 향후 금값의 추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고가의 금제품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활용, 사들이고 있다. 귀금속 상가를 운영하는 정모(54)씨는 “손님 중 10% 정도는 투자 목적으로 금을 매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60대 이상 장년층 가운데 1,000만원에서 2,000만원가량의 금제품을 한꺼번에 매입하거나 2,000만원이 넘는 1㎏ 금괴를 구매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 장년층은 금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어 직접 금 실물을 사서 나중에 되파는 방법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종로 일대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금괴의 양은 약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귀금속업체 주인 정모(55)씨도 “여유가 있는 40ㆍ50대의 경우 금값이 계속 오른다는 인식이 있어 팔찌나 목걸이 등을 사두려는 분들도 있다”며 “평소에는 금 장신구를 차고 다녀 좋고 금값 상승에 따른 이득도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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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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