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도 스태그플레이션 '비상등'

글로벌 인플레 엄습·유가 상승등 '악재 투성이'<br>내년 경제성장률 4.7%-물가 4%대 진입 우려<br>공공료 줄줄이 인상 대기·유동성 과잉도 부담



한국 경제에도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4.8%)보다 낮아진 4.7%로 전망되는 반면 물가는 상승압박 요인이 쓰나미처럼 불거지면서 내년 초 4% 진입마저 우려되고 있다. ‘저성장-고물가’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물가를 둘러싼 변수들은 온통 상승세를 부추기는 부정적인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유가 및 곡물 가격 급등, 미국ㆍ중국 등의 인플레이션 불안 등이 엄습해오고 대내적으로는 연초 공공요금 인상, 토지보상금 등 유동성 과잉으로 사방이 ‘악재투성이’인 형국이다. 특히 수입물가 상승을 상쇄해왔던 원화절상(환율하락)폭이 최근 둔화되고 있는 점도 심히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내년 1ㆍ4분기께 소비자물가 상승률 4% 진입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4% 물가는 지난 2004년 8월(4.8%)이 마지막이었다. ◇악재뿐인 대외요인=우선 대외적 요인을 보면 11월 생산자물가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등 글로벌 물가 상승세가 유지될 공산이 크다. 유가가 여전히 배럴당 9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고 여기에 거침없이 상승하는 국제곡물 가격도 선ㆍ후진국을 막론하고 물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위안화 절상폭 확대에 따른 중국 수출제품 단가 상승 역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부정적 요인이다. 또 경기 활성화를 위한 미국ㆍ영국의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확대 조치는 물가둔화보다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날 국내 증시가 폭락한 이유도 미국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예상 외로 심각하다는 반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공공요금 연초부터 줄줄이 인상=국내 상황도 비관적이다. 유가 및 곡물가 상승은 고스란히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에 반영된다. 11월 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3.5% 상승해 한국은행의 물가억제 목표치(2.5~3.5%)의 상단에 다다랐다. 또 11월 중 수입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18.8% 급등해 9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는 주요한 이유다. 또 연초 대중교통ㆍ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및 학자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도입유가가 배럴당 평균 54달러임을 감안하면 버스 및 택시ㆍ지하철 요금 인상은 기정사실이다. 대학들은 등록금 10% 이상 인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금리는 뛰지만 잡히지 않는 유동성도 골칫거리다. 자금이 한쪽으로 쏠린데다 내년 초까지 막대한 토지보상금 지출이 예정돼 있어 당국의 고민이 깊다. ◇일시적 4%대 진입 가능=특히 한때 800선에 진입했던 원ㆍ달러 환율이 11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며 어느새 930원대에 올라와 있는 점도 물가불안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이날 전일 대비 3원50전 상승한 933원60전을 기록했으며 당분간 추가 상승 여지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외적 불확실성이 크고 물가불안이 예상보다 강하다”며 “환율상승 기조가 계속되고 원자재 가격이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내년 초 물가는 일시적으로 4%대에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유가 및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상승 압력이 워낙 거세 내년 1월께 3.9%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효근 대우증권 거시경제팀장도 기저효과와 계절적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소비자물가가 내년 초 3.9%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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