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모양을 정하고 싶네

제6보(101∼118)



구리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역시 세계 챔피언을 여러 차례 차지한 절정 고수가 아닌가. 오늘은 공격이 리듬을 잃었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아직 상대방의 미생마가 판 위에 남아 있는 한 승부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내 목을 훤히 드러낸 상태에서 상대의 목을 노리는 도리밖에. 이세돌의 백2를 보고 구리는 잠시 망설였다. 참고도1의 흑1로 지킬 마음이 굴뚝 같은데 과연 그것으로 승부가 될까. 흑이 1로 지키면 백은 무조건 2로 봉쇄하고 볼 것이다. 백12까지 될 터인데 흑은 우하귀를 돌보지 않을 수 없다. 그때 상변쪽 포위망이 성할 것 같지가 않다. 이 코스는 흑이 겁난다. 구리는 실전보의 흑3으로 고개를 내미는 수를 선택했다. 이번에는 이세돌이 망설인다. 참고도2의 백1로 지키는 수가 실속도 있고 뒷맛도 개운해 보인다. 그러나 흑이 2로 지키면 백은 3과 5로 다급하게 도망쳐야 한다. 이 코스는 백이 괴로울 것 같다. 이세돌은 실전보의 백4로 모는 수를 선택했다. 흑11은 이렇게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 백12 이하 16은 백의 권리. 백18은 모양을 결정지어 버리겠다는 수순이다. 흑에게 되때리는(12의 왼쪽) 수를 강요하여 중앙 방면을 두텁게 만들 작정이다. "거의 백승이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안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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