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사업자들이 원하면야 모르겠지만 그런 분위기도 아닌데 무작정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서울시가 내년 2월 '해치택시' 도입을 밀어붙이면서 택시업계와 자동차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시의 정책 방향에 맞추자면 생산라인 조정이나 도료 개발 등 적잖은 비용이 들지만 그에 상응하는 지원책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29일 서울시와 택시업계ㆍ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부터 서울시내에서 신차 등록하는 모든 택시에 '해치택시' 디자인이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새 디자인 적용에 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 자동차 제작사들이 선뜻 나서고 있지 않아 차질이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 디자인대로 만들자면 색채 개발을 따로 해야 하고 생산라인도 조정해야 한다"며 "수익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검토를 해보겠다는 차원이었는데 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도 서울시처럼 고유의 색으로 한다고 나서면 제작사들은 전국 택시를 주문생산식으로 만들어내야 하게 생겼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차령이 다 된 택시(4~7년)를 중고차로 처분할 때 도색비만 80만원가량 들 텐데 누가 하려 하겠냐"며 "재원 지원 없이 업계가 부담하라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개인 및 법인택시 업계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법인 조합의 한 관계자는 "시에서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협조는 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택시업계의 한 관계자도 "올해 초 해치택시 도입 후 개인ㆍ법인택시 업계가 디자인과 표시 등 교체 비용이 사업자에 전가된다며 불만을 터트리자 차량 출고시부터 새 디자인을 적용하게 해 부담을 제작사에게 떠넘긴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시는 최근 서울시 택시를 기존의 '한강은백색' 바탕에 일부 '꽃담황토색'에서 차체 전체를 '꽃담황토색'으로 하는 내용을 시보를 통해 공고했다. 이를 위반하면 1차 위반시에는 운행정지 5일 또는 과징금 10만원, 2차 위반시에는 운행정지 10일간의 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시는 지난 10월 시내 운행 중인 택시 총 7만2,378대(9월 말 기준) 중 연간 1만 여대가 대ㆍ폐차되는 점을 감안할 때 7년 안에 모든 택시 디자인이 통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