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뉴스포커스] 대검 중수부, C&그룹 압수수색 파장

사정 칼날 어디로… 바짝 엎드린 재계<br>국세청·공정위 등 전방위 압박<br>"공정사회 희생양 찾나" 우려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직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장교동 C&그룹 본사에서 압수한 물품을 옮기고 있다. 김주성기자


대검 중수부 전면에 나서… 비자금 수사 본격 개시 예고
검찰 안팎선 추가 수사대상 기업 리스트 나돌기도
"집권후반 안정 토대" 분석엔 청와대 "관련 없다" 선그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가 C&그룹 압수수색을 한 21일 국세청이 삼성그룹의 제일기획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가는 등 기업 사정(司正)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 종료 이후 1년6개월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던 중수부가 21일 전격적으로 C&그룹 압수 수색에 나선 것은 대규모 기업 사정의 포문을 연다는 의미여서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언제, 어느 곳으로 칼날이 날아들 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화, 태광 등 중견그룹에 대해 검찰은 물론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금감원 등 사정 기관이 모두 나서 전방위 압박을 하는 양상이어서 최근 재계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이른바 '공정 사회' 여론 몰이의 희생양을 찾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C&그룹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C&중공업과 C&우방이 이미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약골 그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검이 이른바 재계 10위권 이내의 중견 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사정 쓰나미'에 앞서 예고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제 무대에서 환율 전쟁, 자원 전쟁이라는 악조건과 맞서 싸워야 하는 힘든 시기에 국세청 조사 등까지 가세한 전방위 기업 압박까지 가해지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 같은 기업들의 우려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수부는 이날 압수 수색을 단행한 C&그룹 외에도 대기업 몇 곳의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대상으로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선 지난달부터 C&그룹 외에 재계 서열 10위권 내 대기업의 계열사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파악한 중수부가 조만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사세가 이미 기운 C& 그룹에 대한 압수 수색은 이른바 대어를 낚기 위한 검찰의 사전 몸풀기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 동안 내사를 통해 C&그룹 경영진이 거액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확보했다"며 "C&그룹이 지난 참여 정권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로비를 벌였는지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C&그룹은 주식회사 C&해운과 C&상선, 주식회사 C&우방 등 4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 시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크게 확장했지만 2008년 11월 핵심 계열사인 C&중공업이 국제 조선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C&우방 등과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중수부는 이날 오전 7시께 서울 장교동 C&그룹 본사로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동안 비자금 문제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한화나 태광산업의 경우 지검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반면 C&그룹은 대검 중수부에서 맡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지검에 비해 중량이 다른 대검이 나섰다면 앞으로 판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대검 중수부는 C&그룹이 상장폐지된 회사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중수부의 C&그룹 압수수색 배경은=지난 18일 김준규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장에서 "1년 동안 예비군 체제로 운영되던 중수부가 최근 수사 체계에 들어갔다"며 "수사는 시점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특히 "서부지검으로 간 한화는 중수부가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내가 판단해 서부로 보낸 것"이라며 "늘 돈의 흐름을 보는 수사를 하라고 강조한다"고 말해 최근 검찰의 수사가 비자금을 규명, 기업형 비리, 토착비리를 근절하는 데 무게중심이 있음을 시사했다. 김 총장의 이 같은 언급은 이날 전격적으로 단행된 C&그룹의 압수수색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 이후 중단된 대기업의 비자금 수사를 C&그룹의 압수수색을 통해 본격적으로 개시하겠다는 뜻이다. 집권 반환점을 돌아선 이명박 정권 후반기의 국정안정을 위한 사전 담금질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이른바 공정사회와 관련해 정부가 검찰을 통해 일종의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검찰의 최근 잇따른 대기업 수사를 정부의 '공정한 사회' 시책과 연결 짓는 시각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한 사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대기업 수사는 집권 후기 안정적인 레이스의 토대를 닦으려는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사정 도미노 어디까지 갈까=검찰의 이 같은 사정 칼날이 어디까지 갈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이날 C&그룹의 압수수색 이후 대기업 관계자들은 검찰의 추가 사정 대상이 어디로 향할지 파악하느라 하루 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근 사정기관 등이 수사한 우리은행ㆍ대우조선협력사(임천공업) ㆍ한화그룹ㆍ태광그룹 외에 검찰이 추가 사정 대상으로 삼고 있는 기업의 리스트가 돌고 있다. C&그룹 수사가 끝나면 곧바로 SㆍLㆍW 등의 기업들이 사정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 나오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초기 흘러 나왔던 기업 사정 수사 리스트들이 다시 거론되는 모습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미 워크아웃 등으로 공중분해 직전에 있는 C&그룹을 수사하는 것은 대검 중수부 격에 안 맞을 수도 있다"며 사실상 추가 수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도 C&그룹 및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태광ㆍ한화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여야 의원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재 수사선상에 오른 2~3개 기업에 더해 이명박 정권 초기 여러 의혹에 휩싸인 뒤 일시적인 유예기간을 얻은 것으로 판단되는 일부 대기업들이 수사선상에 다시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하반기 수사가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와 맞물리면서 당분간 사정기관들이 공안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잠시 수사의 고삐를 늦출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세청 ㆍ공정위도 대기업 조사 속도=대기업에 대한 사정 당국의 조사는 검찰 못지 않게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세청은 이현동 국세청장이 이례적으로 대기업과 오너의 탈루 문제를 언급하고 나서면서 이와 관련된 고강도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이 청장은 19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서 대기업과 오너들의 '잘못된 세금인식'을 지적하며 성실납세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현안인 태광사건 이외에도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해왔던 대기업들의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 처리에 대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태광사건과 관련해서는 골프장 회원권 매입 과정에서 경쟁제한적 요소가 있었는지를 우선 살피고 이외에 다른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도 꼼꼼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또 최근 경제개혁연대가 조사를 요청한 STX건설 부당지원 행위 건도 신속하게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부당행위를 적발하고도 법원에서 패소하는 경우 많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