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갈수록 개인 투자자들이 손대기 힘든 주식이 되고 있다.
가격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주식을 사고 싶어도 실제 유통되는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이 사상 최고 치에 이르면서 실제 유통가능 물량은 발행 주식수의 10%에도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유통되는 주식도 외국인간에 사고 팔기 형태의 매매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갈수록 개인은 물론 기관 투자자들도 삼성전자 주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삼성전자의 주가도 전적으로 외국인의 수급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외국인에 의해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19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6,000원(1.08%) 떨어진 54만9,000원에 마감했지만 외국인의 매수세와 함께 실적호조 전망으로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하지만 유통물량은 계속 줄어들어 개인과 기관은 주식을 사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통물량, 발행주식수의 10%도 안돼=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60%에 근접하면서 유통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60%라고 가정할 경우 시중 유통물량은 40%로 줄어들게 되지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7.4%)과 삼성생명 보유지분(7.1%), 자사주(6.9%)를 고려할 경우 유통물량은 20% 아래로 떨어진다. 여기에 연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주식보유의 상당량을 삼성전자로 편입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유통물량은 10%를 밑돌 것으로 추정되며 실질 유통물량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로 인해 시가총액이 81조원에 달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는 장 마감 동시호가 때 저가주처럼 출렁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가총액 1위 기업주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유통물량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통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외국인의 지분율이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는한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외국인간의 사고 팔기 형태의 매매 가시화=이처럼 유통물량이 감소하면서 외국인들간에 삼성전자를 매매하는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주가가 2003년 저점 대비 거의 100% 오른 것을 고려하면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지고 있지만 미국의 인텔사 등과 비교할 때 여전히 오히려 50% 가까이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 이는 외국인 사이에 팔려는 세력과 사려는 세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서로 매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실제로 외국인 간 매매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차익 실현 욕구와 신규 매수 세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당분간 외국인간의 손바뀜 과정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주문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펀드의 매수 주문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에 의한 주가 재평가와 급등락 연출 가능성=이 같은 유통물량 급감으로 인해 기대되는 긍정적인 부문은 외국인에 의한 주가 재평가 과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분기당 3조원대의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초일류기업으로 진입한 것을 고려할 때 점차 인텔 등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주가가 수렴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영업이익으로 현금보유량도 늘어나면서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주가 상승도 기대된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통물량이 줄어들수록 주가의 하방경직성은 커지고 적은 재료에도 주가가 가볍게 뛸 가능성이 높다”며 매수 주문의 급격한 유입은 주가 급등으로 이어져 삼성전자 주가의 재평가로 연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외국인간의 사고 팔기 매매로 삼성전자 주가 향방도 외국인에 의해 좌우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석생 우리증권 애널리스트는 “수급구도 상 일방적인 외국인 주도의 장세 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 상승도 역시 외국인의 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주가가 실적과 영업환경 등 예측 가능한 요소에 따라 움직임을 보이기 보다는 외국인의 시각에 의해 급등락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은 점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