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업계 통합법인 설립생존위한 마지막 카드
「화섬업계가 생존을 위해 마지막 카드를 뽑았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수면밑에서만 맴돌던 화섬업체들간의 통합이 예상보다 빨리 급진전된 것은 경기악화 속에 화섬업체들의 위기감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폴리에스터 섬유의 가격은 하락세인 반면 원료값은 속등세를 보여 업체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다. 더욱이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화섬업체들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통합논의의 급진전=새한·금강화섬 등 부실업체의 속출은 통합논의에 불을 댕겼다. 업계는 폴리에스터 자율감산 합의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원료값이 계속 오르지만 공급과잉으로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업체간의 협조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 공조를 통한 공급 축소 계획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마지막 카드」로 제시된 게 통합법인의 설립. 부실이 확산되기 전에 통합을 통한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마침내 SK케미칼과 삼양사의 통합이 급진전됐다.
통합을 위한 타이밍도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전문가는 『화섬 성수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 이전에 통합법인 설립을 마무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법인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려면 추가 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경기가 호전되면 업체들이 통합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통합의 배경=업체들이 자율 합의를 통해 통합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업체들이 상당한 부실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업체가 다른 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화섬업체들의 신규사업 추진도 통합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SK케미칼은 정밀화학, 삼양사는 생명공학 부문을 강화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들은 하루바삐 화섬부문을 분리해야 할 입장이었다.
◇통합의 효과=통합과 함께 원료 구매·생산·물류 등의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우선 과당 경쟁이 줄어 제품 가격이 안정되면 수익성 호전에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통합은 다른 업체들의 통합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새한과 한국합섬은 이번 통합법인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고 코오롱도 금강화섬과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라며 이번 통합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원정기자BAOBAB@SED.CO.KR
입력시간 2000/06/30 18:58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