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모스크바 금융허브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은행 산업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데다 글로벌 경쟁력도 높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지적된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모스크바 크렘린궁 주변에서는 '모스크바 금융 허브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되려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계획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취임 후 연례연설을 통해 밝힌 것이나 러시아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아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모스크바가 두바이보다 (금융 허브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유럽과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데 모스크바는 유럽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WSJ는 "러시아 금융 당국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청산과 결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증권중앙예탁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아울러 외국인 전문 경영인이나 법률가, 회계사들이 러시아를 쉽게 오갈 수 있도록 취업 허가와 비자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WSJ는 러시아의 은행 산업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에 모스크바가 국제 금융 중심지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러시아의 법률, 인력과 자본 이동에 대한 장벽,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토종 은행의 부재 등이 걸림돌"이라며 "은행업의 규모가 크지 않고, 국내 투자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스크바가 이른 시일내에 글로벌 금융 중심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