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 중국산 섬유(직물 및 의류)에 대한 수입쿼터할당제 전면폐지를 앞두고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고사위기에 몰린 자국섬유업계를 살리기 위해 수입제한조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섬유자유화에 대비해 수입선을 대거 중국으로 옮긴 자국 유통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섬유수출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들도 대량생산체제를 갖춘 중국산 제품이 세계 시장을 장악해 자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중국산 섬유에 일정 쿼터를 부과하는 조치가 시행돼왔지만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내년부터 수입품에 대한 시장진입장벽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미국 섬유생산업체들은 저가 중국산 제품의 공세를 우려해 정부에 일부 품목의 수입규제를 강력히 요청, 당국은 규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J.C.페니와 리즈클레이본 등 섬유의류수입협회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섬유의류수입협회는 지난 1일 섬유생산업계의 요청으로 미국 정부가 중국산 섬유에 대해 새롭게 규제하는 것은 불공정무역이라며 미 국제무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유통업체들은 그동안 섬유자유화에 대비해 수입선을 대거 중국으로 옮겼기 때문에 수입규제안이 시행될 경우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섬유생산업체와 유통업체의 이 같은 협공에 쌓여 미국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위앤화 절상’ 문제도 미국의 중국산 섬유수입제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은 내년에 쿼터제가 폐지되면 연간 76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섬유시장의 50%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해왔는데 미국이 수입제한조치를 내릴 경우 거세게 반발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을 야기할 것이며 미국이 중국에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을 가하는데 제약을 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수입쿼터할당제로 미국과 EU수출에 혜택을 누렸던 개발도상국들은 앞으로 수출물량이 줄어들 것이 분명해 걱정이다. 대부분의 개도국들이 그렇듯 ‘센트 비즈니스’로 불리는 섬유ㆍ봉제산업에 수출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섬유 및 의류담당인 장폴 사조는 “매우 낮은 임금에 의존해온 방글라데시, 자국 시장을 보호해 오며 생산방법개선에 실패한 필리핀, 도미니카 등은 중국의 경쟁력에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