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0월 29일] 환율불안 가중시키는 엔화 초강세

원ㆍ엔 환율이 원ㆍ달러 환율 못지않게 가파른 상승을 거듭해 엔고(高)가 ‘엔고(苦)’ 될까 우려된다. 선진7개국(G7)이 “엔화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과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에 미칠 영향에 우려하고 있다”고 공동성명을 낸 것도 엔고의 부정적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초강세의 엔고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뇌관임은 물론 부품소재 등의 대일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1,500원대를 넘어 1,600원대를 넘보고 있다. 1,5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1991년 원ㆍ엔 고시환율 집계 후 처음이다. 이처럼 엔고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경제가 탄탄한 일본은 타격을 크게 받지 않아 엔화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믿음’에서 수요가 늘고 있어 홀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고금리의 신흥시장 등에 투자했던 엔화자금이 역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엔화로의 자금 쏠림 현상은 국제금융시장을 왜곡시키고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9월 말 현재 9,232억엔에 이르는 엔화대출 기업 등의 부담 증대는 물론 국내자산에 투자했던 엔화의 역류도 우려된다. 적당한 엔고는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에 도움이 되지만 천장 모르는 엔고로 부품 등의 대일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대일무역적자 증가와 함께 물가에 대한 부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350억달러 돌파를 걱정했던 올해 대일무역적자는 400억달러를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더욱이 엔고가 달러당 83엔까지 전망되고 있어 엔화대출을 받은 중기 등의 환차손이 커질 우려가 있다. 엔화대출은 엔화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꾸준히 늘고 있어 적절한 지도가 요구된다. 다행히 한국은행이 ‘키코(KIKO)’ 손실 기업에 외화대출을 허용하고 엔화대출 만기연장을 추가로 해주기로 함에 따라 기업의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당분간 엔고가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중기 등에 대한 외환관리 지도를 강화하고 엔화대출을 원화대출로 갈아타려는 기업에는 수수료를 삭감해주는 등 엔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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