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강권석 기업은행장

기업은행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외국 금융사의 합작을 통한 투신사 설립 또는 인수, 부거래은행제 도입, 중소기업에 대한 종합컨설팅 지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새로운 공생 방안 등이 추진되고 있는 것. 변화의 중심에는 강권석 신임행장이 자리잡고 있다. 강 행장은 우선 거래은행 졸업제도의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3년 이내에 주거래은행을 다른 은행으로 변경하도록 돼 있는 현행 규정의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보다 다양해진다. 강 행장은 “취임이후 공단을 둘러보니까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환율급락 등 경기변동에는 취약한 편”이라며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경영ㆍ회계ㆍ마케팅분야 등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지원대책을 내놓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탄핵안 가결 후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의외로 차분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시장 참여자들이 성숙됐다는 생각입니다만 어떻게 보십니까. ▲IMF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금융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요동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예전에는 정치적 혼란이 바로 경제적 혼란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시장참여자들이 스스로 생존역량을 갖추기 보다는 정치권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IMF이후 스스로 내적역량을 쌓으려고 노력하였고 이런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의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적응력이 생긴 것입니다. 앞으로 조금 더 노력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업은행의 주고객인 중소기업들은 원자재난 등과 겹쳐 경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원대책이 궁금합니다. ▲기업은행 임직원들이 발 빠르게 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기업은행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은행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해 지난 2월말에 총 6,000억원 규모의 `원자재구입 특별자금` 지원을 발표했습니다.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동일인당 3억원 범위내에서 신용보증기금과 연계하여 기존의 대출보다 저리로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수출입업체에 대한 무역금융의 융자기간을 종전 180일에서 최장 270일로 확대하는 등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동향 점검ㆍ대책반`을 구성해 경제 및 금융환경 동향 변동을 상시 점검하도록 했습니다. -은행의 고질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기업이 어려워지면 은행들은 서둘러 채권을 회수해 결국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왔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시중은행 입장에서 보면,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전반적인 기업의 부실화 위험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부실채권의 가능성이 높은 대출을 우선적으로 회수해 자산의 건전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중소기업금융 전문은행인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그런 상황일수록 저희 은행의 설립목적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은행의 당연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비가 안올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거둬들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자기 한 몸 살기 위해서 떼어내기 쉬운 부분부터 도려낸다면 당장은 치료가 될 수 있을 것이나, 환부가 아물면 그 상처는 영원히 남습니다. 그러나 그 상처를 감싸 안고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상처없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타이완의 경쟁력은 중소기업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중소기업이 국가 성장동력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중소기업은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수행하는 경제, 사회적 기능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중소기업이 잘되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입니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고 정성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또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술 및 인력개발에 투자를 게을리 말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가 많아 기업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기업이 쉽게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중소기업 지위 향상을 통해 대기업과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여건 조성도 필요합니다. 최근에 원자재난으로 중소기업 납품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대기업이 오히려 납품가를 낮춰 달라고 요구해 중소기업을 두번 죽이고 있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대기업도 중소기업이 잘 되면 함께 잘되고 어려우면 함께 어려워 진다는 공존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 중소기업 지원 방안에 대한 복안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중소기업 지원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우선 양질의 자금 확보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꾸준히 확대하되 특히 영세소기업이라든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기업을 적극 발굴하여 지원할 예정입니다. 특히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경영자문과 정보제공, 마케팅, 세무, 회계 등 경영지원업무를 확대해 나가는 등 토탈금융서비스 제공 체제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중소기업에 대한 조사연구기능의 강화를 통해 중소기업의 동태와 니즈(욕구)를 수시로 파악해 은행경영에 활용함은 물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정부에 제시하는 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아울러 중소기업고객들이 대출거래에 불편이 없도록 영업점장 근무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경영지도사 등 중소기업 지원인력을 꾸준히 양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도 고민입니다. 기업은행과 10~20년간 거래해 온 중소기업이 성장해 종업원 300인 이상이거나 자본금이 80억원이 넘으면 3년이내 다른 은행으로 거래처를 바꿔야 하는데 이것은 불합리합니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우량고객을 뺏겨야 되는 상황이고 기업입장에서도 새로운 은행으로 거래처를 바꾸는데 난감해 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관련법 개정을 건의할 생각입니다. -기업은행의 수익성 확보는 어떻게 해 나가실 계획입니까. ▲금융기관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수익을 내기가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기업은행의 수익구조는 주로 대출금에 의존함으로써 경기 변동에 따른 수익 변동 폭이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보험, 증권 분야 등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함으로써 수익의 질(質)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시작된 방카슈랑스나, 올해 도입될 모기지론, 기업연금 등은 리스크를 최소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고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되어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선진금융사와 합작으로 투신사의 설립 또는 인수를 검토 중에 있습니다. 수수료수입의 증대뿐만 아니라 예금과 대출 업무에 있어 고객의 금융리스크를 떠안는 대신 적절한 보상을 금융기관이 취할 수 있도록 프라이싱을 합리화해 나가면서 심사시스템이나 사후관리시스템을 선진화 시켜 부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대담 김희중 경제부장 ●발자취 옛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에 근무하면서 금융과 재정 분야를 두루 섭렵한 정통 재무 관료. 행정고시 14회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 지난 90년대 초 재무부 자금시장과장과 증권발행과장을 지내면서 중개어음 발행제도를 도입해 어음시장의 거품 제거와 단기금리 안정을 주도했다. 95년 재경원 보험제도과장으로 일할 때는 보험료 할인 및 할증제도를 도입해 자동차보험의 새로운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7년IMF외환위기 당시에는 주뉴욕총영사관 재무관으로 재직하면서 해외 채권단과 채무 만기연장 협상을 주도하는 등 숨가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금감위에서는 감독법규관, 기획행정실장 겸 대변인,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고 금감원으로 옮겨 기획 및 총괄 담당 부원장을 맡아 안살림을 총괄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토론과 대화를 즐기면서 부하 직원에게는 합리적으로 지시하는 업무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업계 관계자가 불만을 제기하기 위해 금감원을 방문했다가 강 행장의 달변에 `기분 좋게` 설득당해 되돌아간 사례도 많았다는 전언이다. 강 행장은 스스로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밝힐 정도로 뚝심과 추진력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으면서도 세세한 것은 실무자에게 맡기는 탁월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 `국책은행장 트로이카`를 형성하고 있는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와 신동규 수출입은행장은 행시 동기. 신 행장과는 재경원 재직시 자금시장과장과 증권발행과장 등 4차례에 걸쳐 같은 부서를 바통 터치한 인연이 있다. 부인 민선희(52)씨와의 사이에 2녀. (약력) ▲50년 서울 출생 ▲연세대 행정학과ㆍ미국 밴더빌트대학교 대학원 졸업 ▲재무부 증권국 자금시장과장ㆍ증권발행과장 ▲재경원 보험제도과장ㆍ국고과장 ▲뉴욕영사관 재정경제관 ▲금감위 기획행정실장 겸 대변인 ▲증권선물위 상임위원 ▲금감원 부원장 ● 내가 본 강권석 행장 박종원 코리안리재보험 사장 강권석 행장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옛 재무부에서 첫발을 내딛던 70년대 초반이다. 벌써 30년이 흘렀다. 그는 한마디로 `모범`이다. 사고방식이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매우 준수하면서도 단정하고, 언제나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평소에는 독실한 신앙심과 부드럽고 잔잔한 인간적 내면을 유지하다가도 한번 일을 시작하면 폭발적인 추진력을 가지고 끝장을 보고 마는 성격이어서 어떤 때는 아담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거인 같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직위가 오르면 오를 수록의 그의 장점은 빛을 발했다. 매사에 부지런하고 철저하게 일을 챙기며 솔선수범 하는 그는 이미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 존경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인간적인 면에서 부하직원들에게 형님 같고, 싱글 수준을 자랑하는 골프실력이나 모임 분위기를 즐겁게 아우러주는 아량 또한 그의 매력이다. 그가 처음 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말을 듣고 나서 `아, 그 직원들 참 좋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과 소신이 있는 리더, 생각이 젊고 합리적인 리더 아래서 일하는 것은 큰 행운이다. 그의 진면목을 실감나게 느껴 본 것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짧은 방학을 이용해서 대륙 횡단에 나섰을 때였다. 낯선 땅에서 낡은 차 한대와 지도 한 장만 달랑 들고 약속장소에 나타난 그에게는 어떠한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동부 끝에서 서부 끝까지 인적 없는 사막을 지나 밤낮으로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숙박지와 중간 목적지, 심지어 휴식지점에 이르기까지 계획된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는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전에 미리 철저하게 준비하고 챙긴 결과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자신감과 정확성, 치밀함이 바로 `강권석을 강권석답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말 그대로 합리적인 사람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의 전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물, 논리, 학식, 그리고 사리분별 어느 하나도 빠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은혜가 항상 그와 함께 하실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리=김홍길기자 what@sed.co.kr>

관련기사



김홍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