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심층 진단] 펀더멘털 탄탄한 한국에 눈독… '수익률+원高' 두토끼 노려

오일머니 원화채권 큰 손으로<br>유로는 투자 매력 잃은데다 원화 올 亞최고 강세 전망<br>당국, 자금향방 예의주시 속 산업 이어 금융분야도 협력<br>채권시장 안전판 역할 기대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전화를 받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중동 오일머니가 원화채권 큰손으로 부상, 국내 채권^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DB

해외자본의 이동을 분석하는 한국은행 국제국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영국ㆍ프랑스 등 유럽자본이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상황에서 오일머니로 중무장한 중동자금이 한국 원화채권의 매수세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자본에 대한 규제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을 등에 업고 한국채권을 사들이는 중동자금의 성격과 향방은 국내 금융ㆍ외환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국제국의 한 관계자는 "오일머니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유럽과 태국, 중국 자금이 빠져나가거나 매수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자금이 원화채권시장을 떠받치는 대안세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분야에서 원화채권으로 투자범위 확대='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오일머니가 원화채권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우선 국제유가 급등이 꼽힌다. 중동국가들이 생산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2011년 10월 배럴당 96.60 달러에서 현재 123.4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5개월 만에 29%나 급등했다. 원유수출 대금은 고스란히 달러로 쌓이게 되고 이는 중동국가들의 보유외환 급증으로 이어진다. 중동국가들의 곳간에 달러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것도 중동국가들이 원화채권에 몰리는 이유다. 달러와 함께 국제통화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유로의 경우 유럽국가들의 경기침체ㆍ재정위기와 맞물려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투자대상으로 매력을 잃고 있다. 유로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로 환산한 보유외환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부(國富)상실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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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견고한 펀더멘덜도 중동자금 유입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아랍에미리트(UAE)ㆍ아부다비ㆍ두바이 등 중동국가들이 발전ㆍ플랜트ㆍ건설ㆍ원전 등 산업 분야에 머물지 않고 금융 분야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는 신용등급 AAA 국가인 스위스 중앙은행이 지난달 채권투자 대상에 한국 국채를 추가하기로 결정한 것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중동국가들도 달러ㆍ유로화 등 일부 통화에 보유외환을 집중하고 있는데 유로가치 하락은 보유외환 운용에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중동국가들은 신흥국, 특히 경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한국 채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중동자금의 원화채권 매수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과 중동국가 간 산업협력에 이어 금융시장에서도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수익률+원화가치' 두 마리 토끼 겨냥=중동자금이 원화채권을 입질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선진국 채권에 비해 수익률과 안전성이 높은데다 향후 원화가치가 주요 통화에 비해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익률'과 '원화가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겨냥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선택인 것이다. 실제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22일 달러 당 1,193원에서 5개월이 지난 현재 1,127원까지 떨어지면서 이 기간 동안 5.9%나 하락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원화가치가 달러에 비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 경제의 튼실한 기초여건을 높이 평가해 연말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계 HSBC는 올해 아시아 통화 중 원화가 가장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으며 연말 원ㆍ달러 환율은 1,070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씨티그룹(1,100원), 골드만삭스ㆍJP모건(1,040원)이 원화강세를 예상했고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소도 각각 1,040원, 1,085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실물경제와 원화가치에 대한 낙관론이 중동자금의 원화채권 매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동자금 유입은 원화채권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재정부ㆍ한국은행 등 국제담당 실무진이 지난주 태국ㆍ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을 방문해 자금회수 시기와 규모를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에서 중동자금은 이 같은 유출자금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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