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간접흡연으로부터 서울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금연공원을 지정한 지 두 달도 안돼 공원 안에 흡연 구역을 설치하기로 했다. 전면 금연구역을 시행할 경우 흡연자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이지만 당초 금연공원을 지정했던 취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금연공원으로 지정된 20개 공원 가운데 남산ㆍ보라매공원ㆍ어린이대공원 등 15개 공원에 8~15㎡ 규모의 흡연구역 34개소가 설치된다. 시는 오는 11월 말까지 흡연구역 설치를 완료하고 12월부터 지정된 흡연장소 외에서 담배를 피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시는 지난 3월 서울·청계·광화문 광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것을 시작으로 9월부터 시가 직영하는 20개 공원까지 금연공원을 확대ㆍ지정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를 시행 중이다. 금연공원의 경우 3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쳐 12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면적이 좁은 광장과 달리 공원은 면적이 넓고 가족 나들이 등으로 체류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경우 흡연자들의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고 시는 9월 말 흡연구역 설치 조항을 추가해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시의 한 관계자는 "과거 헌법재판소 판례 따르면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에 있지만 흡연권도 무시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며 "흡연장소는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설치할 예정이기 때문에 조례의 목적이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금연공원에 굳이 흡연구역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9월 금연공원을 지정한 후 흡연 행위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기도 전에 흡연구역부터 덜컥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은지 한국금연운동협회 사무총장은 "중독성이 강한 흡연자들을 배려해 금연공원 내에 흡연장소를 설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제도를 시행해보지도 않고 부작용부터 우려해 조례를 개정한 것은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ㆍ청계ㆍ광화문 광장에서 금연을 실시하고 흡연자를 단속하기 시작한 6월 이후 실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사람은 많지 않다. 시에 따르면 17일 기준 세 개 광장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된 건수는 총 187건으로 하루 평균 1.37건에 불과하다. 흡연구역이 없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