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지만 금융시장에는 훈풍이 불지 않고 있다. 연초 국내 주식시장과 일부 이머징 마켓에서 반짝 랠리가 있었지만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 채권수익률 역시 급격히 떨어져 채권 펀드 투자 역시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채권형 펀드, 단기상품, 예금 등과 같은 안정성이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다만, 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해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수익을 내는 ‘시장중립형’ 펀드와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신성장동력지원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대안 펀드에 대해서는 꾸준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아직도 신중한 자세가 바람직=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데다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주요 국가들의 경제지표 및 기업실적도 계속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채권, 달러화, 엔화,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이런지라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주식시장이 확실히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형 펀드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오르면 빠졌다가 주가가 1,000포인트에 가까워지면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상황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하반기에는 주가가 반등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들어올 기회를 찾는 부동자금은 여전히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에 대한 시그널이 보이지 않은 상황이라 주식시장의 반등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김 팀장은 “워낙 MMF와 같은 단기 안정형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졌기 때문에 주식형 투자 비중을 크게 줄였던 투자자라면 조심스럽게 투자에 나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면서도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비중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해외시장은 차별화 조짐= 중국, 브라질 등 일부 이머징 마켓의 반등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 심리는 다소 회복됐다. 그러나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에는 아직도 불안한 상황이다. 최악의 기록을 쏟아 냈던 선진국 증시는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형 은행과 자동차 회사들의 구조조정이 가닥을 잡지 못한 채 안개 속을 헤매는 상황이라 뉴욕 증시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유럽증시 역시 동유럽의 금융위기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탓에 2차 금융쇼크 및 경기침체 우려로 불안한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비중은 여전히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신흥국 증시의 상대적인 선전이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의 경우 정부의 경기 및 증시 부양책 카드가 더 남아 있는 데다 그동안 주가 하락 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의 매력도 살아 있다. 한편, 실물자산 및 정책수혜 대안펀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금값이 치솟으면서 금 펀드의 수익률도 하늘로 치솟고 있다. 금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IMF의 금 매각과 같은 돌발 변수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기부양, 신성장동력 발굴에 따른 정책수혜가 예상되는 헬스케어, 대체에너지, 인프라펀드에는 꾸준히 관심을 두는 게 바람직한 전략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