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2010 한국건축문화大賞/계획부문 주제] 회귀:본연으로의 회귀

자연·인간·건축의 조화로운 접점 찾기

계획건축물부문 심사위원들이 응모자들이 제출한 작품 계획안을 진지한 표정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각표 심사위원장

산업의 발전과 문명의 발달은 인간 생활의 윤택함과 안락함을 가져왔다. 하지만 지구환경에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 지구온난화와 각종 자연 재해를 일으키는 심각한 현상으로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위대한 자연에 대응해 인간의 편리함과 쾌적함을 위한 산업의 발달이 거대해져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제는 지구의 신음으로 이어져 구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지구촌 전체의 생존을 위한 공조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학계에서 지구환경에 친화적인 정책 수립과 실천 방안이 모색되고 이를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친환경에 대한 관심은 눈과 귀를 자극하는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접근일 뿐 본질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는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미래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현 세대의 욕구를 만족하는 개발이 필요하다.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라 할 수 있는 건축분야에서의 환경 친화란 참으로 아이러니한 조합이기도 하다. 자연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 인간에게 필요한 환경을 공급하고 조화롭게 상생하기 위해서는 보존이 최선일 것이다. 건축은 자연을 파괴하면서 시작하는 행위인 만큼 친환경 건축은 대립되는 두 개 단어의 공생이다. 그러나 삶을 영위하기 위해 건물은 필요하며 건물을 짓기 위한 환경 파괴는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자연과 인간, 건축의 가장 조화로운 접점을 찾는 것이 환경 친화 건축, 이 어색한 동거를 아름답게 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우리 고유의 건축문화는 자연과 함께 하고 자연속에서 건축물은 자연의 구성원이 되며 환경과의 조화를 구현했다. 공간의 구성, 자연소재, 공간연계 등의 한국적 전통미의 현대화가 요구된다. 공간과 시간, 인간 사이에서 생태와 행태, 형태의 세가지 요소를 어떠한 방법으로 풀어가느냐에 대해 많은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자연과 인간ㆍ건축의 의미를 인식하고 건축적인 어휘로 분석, 연구해 실제 지구환경에 가장 조화롭고 적극적인 새로운 건축의 접근을 도모해야 한다. 더 나아가 실현 가능한 건축적인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CG·표현기법·모형제작 완성도 등 뛰어나"
계획부문 심사총평- 이각표 심사위원장 미국 코네티컷주 뉴런던의 '노틸러스 박물관'에 전시중인 최초의 핵잠수함 SSN-571 노틸러스호는 1954년 진수식을 한 후 1980년 퇴역할 때까지 세계 최강의 잠수함으로 미국의 자부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는 이미 1870년에 출간된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공상과학소설 '해저 2만리'에서 무한 잠항이 가능한 현대식 원자력 잠수함의 개념이 그대로 현실화 된 것에 불과하다. 노틸러스란 이름도 소설 속의 잠수함 이름 그대로다. 결국 소설 속의 상상력이 현실로 돼버린 것이다. 이번 출품작 330점을 보면 전반적으로 독창적이며 상상력이 풍부하고 다양해 심사기간 내내 즐거웠다. 응모한 분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독창성이야말로 미래 우리 건축문화를 꽃 피울 귀중한 오늘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2010 한국건축문화대상 시행위원회에서 내건 계획건축물부문 공모주제 '회귀' 는 무척 어려운 과제였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건물을 짓되 자연과 인간ㆍ건축이 어떻게 조화롭고 친환경적으로 어우러져야 되는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건축에 있어 항상 머릿속에서 맴도는 화두일 것이다. 응모한 대다수 작품 속에서 주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였고 대체적으로 역량 있게 처리를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일부 응모작들은 주제와 동떨어졌거나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어색한 시도도 눈에 뜨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작품들은 작품성 여부와 관련 없이 1차 심사에서 탈락됐다. 또한 작품에 대한 논리적 빈곤과 기본적으로 꼭 표현해야만 할 건축적요소의 결핍도 좋은 평가를 못 받았다. 앞서 언급한 소설에서는 노틸러스호 선장 네모가 해양생물학자 피에르 아로낙스에게 무한 잠항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하나씩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대목에서 작가의 과학적인 지식과 통찰력, 상상력, 독창성 등이 소설을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소설이 출간된 후 84년 뒤에는 개념이 현실로 이어지고 지금까지도 소설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건축 역시 건축적 논리와 기본적 요소가 탄탄히 작품 속에 자리 잡아야 하고 앞으로도 작품생활을 하는 동안 늘 고민해야 하는 만큼 더욱 정진해주기를 바란다. 컴퓨터그래픽(CG)를 비롯한 표현기법, 모형제작의 완성도는 심사위원 모두 감탄할 정도로 훌륭했다. 특선이상 작품 중에서 대상, 우수상들을 가리기가 무척 힘들었을 정도로 우열차이가 크게 없었지만 심사위원들의 의견은 일치했었다. 선정되지 못한 분들을 포함한 모든 응모자들과 영예의 수상자들에게 감사와 축하의 말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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