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빌딩과 자동차(한국 기업문화를 찾아서)

◎「돌진·탄력성」 알리는 상징공간/일명 ‘자동차 빌딩’… 그룹 이미지 극대화/외벽에 광고탑 등 설치 창의적 발상유도서울역 맞으편에 있는 대우빌딩은 이 그룹의 많은 것을 보여준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특유의 탄력성과 차별화도 담고 있다. 우선 대우빌딩은 「자동차빌딩」이다. 현관 로비는 대우자동차가 생산하는 각종 신차로 채워져 있다. 질주본능의 「라노스」, 라노스 해치백 스타일인 「로미오와 줄리엣」, 「누비라」, 누비라 왜건형인 「스패건」, 소리가 좋은 차 「레간자」 등. 신차의 상설 전시장이다. 이곳에서는 가끔 마이너 체인지 모델에 대한 신차발표회 행사도 열린다. 다른 회사의 로비라면 이런 행사가 어렵고, 또 어색하겠지만 대우빌딩의 로비는 훌륭한 발표 무대가 될 수 있다. 이 빌딩은 또 거대한 자동차 광고탑이다. 대우가 라노스­누비라­레간자를 동시 출하하면서 빌딩 전면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광고판을 설치, 신차붐 조성에 일익을 담당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이 광고판은 해당 구청으로부터 「불법광고」로 판정, 수백만원의 벌금을 내고 곧 철거해야 했지만 신차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어하는 대우의 뜻은 새차가 나올 때마다 계속됐다. 빌딩과 자동차의 연계는 이후 다른 업체들로 이어졌다. 현대도 계동 그룹빌딩 1층 현관로비에 자동차 전시장을 마련했고, 기아는 여의도 쌍둥이빌딩을 세우면서 설계단계에서 1층 전시장을 마련했다. 대우의 빌딩관리에는 대우 특유의 기업문화도 담고 있다. 무엇보다 목표에 대한 과감한 「돌진」이다. 김우중 회장이 자동차에 총력을 쏟고 나서면서 그룹빌딩을 자동차빌딩으로 만들고, 활용함으로써 회장의 의지를 따르는 상징으로 삼고 있다. 대우는 김회장이 앞서 돌진하면 모두 뒤를 따른다. 대부분의 그룹들이 부정적으로 본 세계경영의 성공적 추진은 이런 문화의 하이라이트다. 이 빌딩은 대우가 직접 지은게 아니라 인수한 것이다. 이 빌딩은 부실기업 인수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대우 특유의 인수합병의 문화도 담고 있다. 대우문화에는 특유의 탄력성이 있다. 대우에 있어 빌딩은 단순한 사무공간이 아니다. 전시장이며 광고탑이다. 이같은 남다름은 대우의 오늘을 가능케한 특별한 정신이며, 문화다.<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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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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