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고속철도 사업 브레이크 걸리나

중간선거 한달 가량 앞두고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철도사<br>"막대한 비용·사업 중복" 반발… 법개정 어려워 백지화 힘들듯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와 공화당이 한달 가량 남은 중간선거(총선ㆍ11월2일)를 앞두고 연일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고속철도 사업계획을 두고 한바탕 맞붙을 기세다. 고속철도가 건설될 주(州)들의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이 막대한 건설 및 유지비용과 실제효과의 의문 등을 문제 삼으며 사업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기존 철도회사들이 사업중복에 따른 피해 가능성을 주장, 정부의 고속철도 사업 저지를 위해 나서면서 오바마 정부는 수세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이 고속철도 사업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한 게 아닌 데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찬성의사를 밝히고 있어 이 문제의 향방은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고속철도가 건설되는 위스콘신, 오하이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의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연방정부의 고속철도 사업계획을 폐지하거나 최대한 연기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는 435명의 하원의원 전체와 상원 36명, 주지사 39명이 대상이다. 스코트 워커 위스콘신 공화당 주지사 후보는 '노트레인닷컴'(NoTrain.com)이란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고속철도 운영에 매년 700만~1,000만 달러의 주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며 "내가 주지사에 당선되면 이 (고속)열차를 멈추게 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멕 휘트먼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도"주정부의 현재 재정상태를 감안하면 우리는 고속철도 건설에 따른 비용문제를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대변인을 통해 말했다. 고속철도의 효용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존 카시츠 오하이오 주지사 후보는 "오하이오에 건설될 고속철도는 역에서의 정차시간을 포함할 경우 평균속도가 시간당 39마일(62km/h)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주지사가 되면) 39마일짜리 고속열차는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미국 13개 권역에서의 고속철도 건설계획을 발표하고 우선 31개 주에 총 8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은 "연방정부는 전체 사업의 큰 틀만 마련할 뿐 건설비용 등 실제 사업비용은 재정상태가 심각한 주 정부에 떠넘긴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들 4개 지역의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들을 앞지르거나 근소한 차이로 뒤쫓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노포그 서던과 유니언 퍼시픽 등 미 주요 철도회사들은 "현재의 철도망을 고속철도망과 공유할 수 없다"며 고속철도 사업의 반대세력을 규합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오바마 정부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미 정부는 일단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을 비판하면서 맞서고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인 레이 라후드 교통장관은 "이번 계획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시절의 주간 고속도로 체계(Interstate highway system)처럼 미국의 교통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당시의 오하이오와 위스콘신의 주지사들은 그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내려 큰 혜택을 봤다"며 그 지역의 공화당 후보들을 정면 겨냥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재정적자 때문에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좁은 시각이다"라며 휘트먼 후보를 비난했다. NYT는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의 고속철도 반대공약이 오바마 정부에 위협이 될 수는 있지만 사업자체를 백지화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공화당 후보들은 연방정부의 고속철도 지원예산을 도로와 다리 건설용 등으로 전환할 것으로 주장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연방법인 경기부양법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우세가 점쳐지긴 하지만 연방 상ㆍ하원의 동시장악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또한 상당수 공화당 인사들은 고속철도 사업을 찬성하고 있다. 일례로 아널드 슈워제너거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공화당원이지만 지난달 한국 방문 때 KTX를 시승하는 등 '고속철도 예찬론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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