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민간은행 지원을 돈놀이라니…"

■그린스펀 "한은 돈놀이하다 외환위기 초래" <br>한은·재경부 "억지 주장" 반박<br>"유동성 관리 잘못은 인정하지만 시중銀 디폴트 발생할 긴급상황"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회고록에서 한국의 외환위기 과정을 언급했다.그의 언급에 주무당국인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과거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부 과격한(?) 표현에 난감해 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격동의 시대’라는 회고록에서 미국은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으나 한국은행이 보유 외환을 갖고 ‘비밀리에 돈놀이’ 하는 바람에 외환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린스펀은 한국이 위태로워진 11월 들어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으며 11대 경제대국의 갑작스러운 위기에 충격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그는 “97년 태국ㆍ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한 뒤 그해 11월 일본은행 고위간부로부터 ‘댐이 붕괴됐다’며 일본은행이 한국에 대출한 수백억달러의 차관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한국이 다음 외환위기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함으로써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의 역할에 대해 “한국 경제를 회생시킨 루빈은 전세계 재무장관들의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하다”고 극찬했다. 그린스펀은 루빈 재무장관이 이끄는 태스크포스를 가동, 550억달러의 패키지융자금을 마련하는 데 몇 주가 소요됐다”며 “한국에 대한 부채를 회수하지 말 것을 설득하느라 전세계 재무장관과 주요 대형 은행장들의 잠을 깨우는 데 애를 먹었다”고 회고했다. 그린스펀의 지적에 대해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아시아 외환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 “중앙은행이 가용할 외환을 확보하지 못하고 민간에 대출을 해줘서 위험할 때 회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문제의 ‘돈놀이’는 한은이 외환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민간은행에 지원한 것인데 이를 ‘돈놀이’라고 표현한 것은 지나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은의 한 관계자도 “동남아 통화위기 이후 외환 사정이 어렵게 된 시중은행은 한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은의 지원이 없으면 시중은행에 디폴트가 발생하는 긴급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보유외환을 금리가 낮은 미국 국채에 투자해봐야 수익률이 낮았고, 민간은행 입장에서도 해외에서 비싼 금리를 물고 기채하면 수익을 남기기 위해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지금도 외환보유액의 활용방안을 모색하라는 여론이 있지만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때이른 자본거래 자유화와 기업의 방만한 재무구조 등 당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외환위기가 발생한 것이지 한은의 ‘돈놀이’ 때문에 외환위기가 초래됐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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