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사 대화ㆍ타협의 마당’ 우선 구축을

`한국형 노사모델을 찾아라` 조흥은행 파업, 철도 파업 등 이번 하투(夏鬪)는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노사관계모델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주는 중요한 기회였다. 교통 및 물류대란으로 경제 혈맥이 단절되면서 경제ㆍ사회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발생했고 외국인 투자들은 한국을 `파업의 천국`이라며 폄하하기까지 했다. 청와대는 지난 3일 네덜란드 등 유럽형 노사모델을 우리의 새로운 노사모델로 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럽형 노사모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재계는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냈고, 노동계도 썩 미덥지 않다는 표정이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우리 노사현실의 반증이다. `한국형 노사모델`은 우리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한결 같은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대화와 타협`이라는 노사관계의 가장 기초적인 면에서도 중요한 문화가 부재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노사 양측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또 노사가 대등한 파트너로서 관계를 개선하려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의 선진화`가 담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화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 현재 노사정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채널이 부재한 것은 아니다. 제도적으로 노사정위원회가 있고 정부가 운영하는 각종 노동관련 위원회에도 노사 당사자가 참여해서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구들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4일 “외환위기 당시에는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등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민주노총이 불참하는 등 사실상 `반쪽짜리`기구로 전락했다”며 “노사정위의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밝혔지만 커다란 성과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 외에도 노사가 자주 만나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중층적 교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인 사항은 산별교섭이나 업종별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해서 논의하고 임금이나 개별적인 근로조건 등은 기업별 교섭에서 협의하는 등 사안을 구분해서 협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재의 기업별 교섭구조는 단체교섭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고비용 협상구조”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계가 추진하고 있는 산별노조에 부합하게 경영계도 산별교섭에 임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제도의 선진화 시급= 노사 관행 뿐 아니라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담보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미 노사정위ㆍ노동부ㆍ청와대ㆍ학계 등의 전문가들이 참가해서 다각적인 차원에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ILO(국제노동기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에서 수년간 우리 노사관계의 법과 제도를 국제기준에 맞게 개선하도록 권고해 왔다”며 “노사 어느 일방에 유리한가, 불리한가에 얽매이지 않고 이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노동부는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단결권ㆍ교섭권 및 노사협의제도, 단체행동ㆍ분쟁조정, 근로기준법제 등 노동자들이 보장 받지 못한 `노동기본권`을 고치는 한편 개별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측이 제기하는 노동자 과보호 조항도 고칠 방침이다. 또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한국적인 노사모델`도 올 하반기에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선 노사정위 상임위원은 “네덜란드 등 특정국가의 모델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스페인ㆍ아일랜드 등 우리보다 선진적인 노사모델을 만든 나라들의 장점만을 따 올 것”이라며 “이르면 오는 10월께 결과 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는 각종 노동관련 법과 제도의 개정이 봇물을 이루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본격적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노사정 각 주체들은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국가 경제에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 제대로 된 `한국적 모델`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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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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