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윤리경영 이제는 필수다

지난 2001년 12월 세계적인 에너지기업인 엔론이 허위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수백억달러의 빚을 안은 채 파산한 후 윤리경영은 기업활동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윤리경영을 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기업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앞 다퉈 윤리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윤리경영을 단순히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윤리경영을 실질적인 기업경쟁력 요소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윤리경영에 대한 국제표준화 작업도 가속화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윤리경영을 위기관리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윤리경영을 어떻게 전개하고 있느냐가 위기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이제는 윤리경영이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윤리경영은 기업윤리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면서 투명하고 공정하며 합리적인 업무를 하자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기본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법적ㆍ경제적으로 아무런 문제만 없으면 경영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법적으로 하자가 없더라도 사회통념이나 국민정서와 충돌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고 결국 기업의 생존에도 치명적 영향을 받게 됐다. 즉 법적ㆍ경제적 책임 외에 윤리적 책임이 추가된 셈이다. 윤리경영은 법적ㆍ경제적 책임 외에 소비자 보호나 환경보호활동ㆍ사회공헌활동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고객이나 주주ㆍ조직구성원ㆍ협력업체ㆍ정부ㆍ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개념이다. 즉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증대하고 위기발생시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다해 윤리경영으로 성공한 사례를 언급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기업이 바로 미국의 제약ㆍ생활용품업체인 `존슨앤존슨`이다. 존슨앤존슨은 43년 미국 기업윤리 강령의 원조가 되는 `우리의 신조(Our Credo)`를 제정해 실천해왔다. 존슨앤존슨의 윤리경영이 빛을 발한 것은 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사 먹은 7명이 사망한 일명 `타이레놀 사건` 때였다. 경찰조사 결과 사망자가 복용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즉각 시카고 지역에 판매된 제품의 리콜을 명령했으나 존슨앤존슨은 `고객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며 미국 전지역의 제품을 전량 회수하는 한편 무려 1억달러라는 광고비를 들여 “원인규명이 될 때까지 복용하지 말라”는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결국 이 사건은 한 정신병자에 의해 독극물이 투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존슨앤존슨은 사고발생 후 기업 이미지가 더욱 개선됐고 타이레놀은 더욱 강력한 브랜드가 됐다. 반면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해 도산한 기업도 있다. 2000년 6월 일본의 대표적 식품회사인 유키지루시유업의 저지방 우유를 마신 고객들이 식중독에 걸려 대거 입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사카 공장에서 만든 저지방 우유가 황색 포도상구균에 오염된 채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가 사건발생 1주일 만에 1만명이 넘는 사람이 입원하게 됐다. 경영진은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가운데 식중독 피해자가 급증하고 소비자들의 비난여론이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회사측은 원인을 따지는 기자들에게 계속 거짓말과 발뺌을 하다가 번번이 폭로돼 신뢰를 잃었다. 일본정부는 공장폐쇄와 함께 유키지루시유업의 전제품에 대한 판매중지 및 회수명령을 내렸다. 사건발생 직후 이 회사의 주가는 일시에 21%가 폭락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의 신뢰는 완전히 땅에 떨어졌고 75년 역사의 유키지루시는 결국 2001년 말 도산하고 말았다. 윤리경영은 기업의 흥망성쇠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조직에 대한 자긍심과 몰입도를 높여 직무만족도를 높이고 이직률을 낮춰 인력관리상 종업원의 동기부여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90% 이상이 기업윤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윤리경영을 도입한 존경받는 10대 기업의 투자수익률은 일반기업 평균수익률의 2배를 초과하는 등 윤리경영의 효과가 실증되고 있다. 이제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윤리경영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기업들이 신뢰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또 윤리경영을 단순히 방침을 만드는 데 그치지 말고 이를 실제로 지켜나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오상수 ㈜만도 대표이사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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