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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체질 이승훈, 이번에도 첫 메달 부탁해

8일 빙속 男 5000m 출격… 18일엔 1만m 2연패 도전

다관왕 후보 크라머 맞수… 李 "부담 안갖고 달릴 것"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간판 이승훈이 6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빙상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개막식의 흥분이 가라앉자 소치에는 이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본격적인 메달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금메달 4개 이상으로 동계올림픽 3회 연속 톱10을 바라보는 한국 선수단의 선봉은 '빙속 박지성' 이승훈(26·대한항공)이다. 8일 오후8시30분(한국시각)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 출전한다. 이승훈은 1분간 호흡으로 산소를 섭취하는 정도인 산소섭취량이 최대 70㎖ 이상이다. 보통 20대 남성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타고난 운동능력과 근성을 바탕으로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서 이미 한계를 뛰어넘은 기린아로 기억되고 있다. 4년 전 밴쿠버에서도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의 주인공은 이승훈이었다.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내 아시아인은 빙속 장거리에 약하다는 인식을 깨부수더니 1만m에서는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1년도 안 돼 내놓은 성적이라 더욱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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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난 올림픽 본능=이승훈은 2010밴쿠버올림픽 뒤 꽤 오랫동안 잊혀진 존재였다. 올림픽 후 지난해 10월까지 월드컵 대회 5,000m에서 메달을 딴 게 단 한 번일 정도로 기록이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소치올림픽이 다가오자 이승훈은 기다렸다는 듯 살아났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3-2014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6분07초04로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그가 월드컵 5,000m에서 시상대에 오르기는 2010년 11월 베를린 2차 월드컵 금메달 이후 3년 만이었다. 기록도 2009년 12월 솔트레이크시티 5차 월드컵에서 찍었던 자신의 한국기록(6분14초67)을 4년 만에 7초63 앞당겼다. 4년 전에도 밴쿠버올림픽을 준비하며 세 차례나 한국기록을 경신, 불과 한 달 동안 종전보다 14초나 단축시켰던 이승훈이다. '올림픽 체질'인 셈이다. 그는 소치 입성 전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대회에서 3,000m 준우승을 달성하며 올림픽 준비를 마쳤다. 이승훈은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된다면 좋겠지만 부담은 갖지 않고 치르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영원한 맞수 크라머=이번에도 넘어야 할 벽은 '장거리 지존'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다. 크라머는 밴쿠버 5,000m 금메달리스트. 당시 1만m도 적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으나 이승훈에게 금메달을 넘겨줘야 했다. 크라머의 초보적인 실수가 이승훈에게 행운으로 작용했다. 아웃코스로 달려야 하는 지점에서 인코스로 진입하는 코스 체인지 미스로 실격 처리된 것이다. 크라머는 최근 당시를 돌아보며 "1만m 금메달은 내 가방 속에 들어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우리 팀과 나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고 말했다.

크라머는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확실한 다관왕 후보로 꼽힌다. 그가 2007년 찍은 6분03초32(5,000m)와 12분41초69(1만m)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세계기록으로 남아있다. 올 시즌 출전한 모든 월드컵 레이스에서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크라머는 일찌감치 5,000m와 1만m, 단체전인 팀 추월까지 3관왕 포부를 밝힌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캘거리 1차 월드컵에서 이승훈에 앞서 2위(6분06초93)를 한 요리트 베르그스마(28·네덜란드)와 다른 네덜란드 선수들도 이승훈과 메달을 다툴 강자들이다. 이승훈은 "크라머는 나를 의식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나도 크라머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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