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와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이 불법휴대전화 '야설'(야한 소설) 서비스로 수백억원을 챙겨오다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돼충격을 던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검찰이 휴대전화 음란 동영상 서비스에 대해 관련자를 사법처리하는등 철퇴를 가한 데 이어 이번에 '야설'을 계기로 휴대전화 음란물이 또다시 사회적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휴대전화 야설은 '야한' 정도를 넘어서 근친상간, 직장내 성폭력, 불륜, 성도착등 변태적 소재로 노골적 표현을 담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것은 휴대전화의 성인콘텐츠 중 야설에 국한된 것으로, 이외에도 음란 동영상이나 성인광고, 음란전화, 음란스팸 등도 휴대전화에 범람하고 있다.
특히 이런 성인 콘텐츠들은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미성년자에게도 무차별로 노출되고 있어 정부의 실효성있는 대책과 규제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통사들도 그동안 `낯뜨거운 돈벌이'에 급급, 불법 성인콘텐츠 유포에 `공범'으로 가담함으로써 기업윤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콘텐츠 자정운동에 앞장서라는 사회적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 지금 휴대전화는 `음란물 천국'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웹의 등장으로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가장 먼저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는 포르노물이었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가장 돈벌기 쉬운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는 포르노는 인터넷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고 있다.
휴대전화의 성인콘텐츠 실태는 이같은 인터넷의 성인콘텐츠가 휴대전화로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보면 된다.
포르노와 다름없는 자극적인 동영상과 만화, 그리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속한 언어와 비윤리적인 내용의 야설이 주류다. 여기에다 선정적인 연예인의 누드물도 거들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휴대전화로 전달되는 음란스팸도 골칫거리다.
청소년위원회가 지난해 하반기 학부모정보감시단에 의뢰해 SKT, KTF, LGT 이통3사의 동영상 콘텐츠, 야설 등의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휴대전화 성인용 동영상과 만화, 야설 등은 단순한 성인물을 넘어서 '음란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근친상간, 직장내성폭력, 불륜, 성도착 등 변태적 소재와 노골적 표현이 담긴 5천953편, A4 인쇄용지4만장 분량의 야설 파일을 증거물로 확보했다.
이통 3사중 SKT는 CP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고 KTF와 LGT는 CP들을 총괄 관리하는 `마스터 CP'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 청소년 휴대전화 음란물 노출 '무방비'
이통사들은 당국이 휴대전화 음란물 단속에 나서면 그제서야 "청소년 음란물 접속을 차단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등의 입발린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이번 경찰수사에서 드러난 이통3사의 이득을 보면 그 속내를 금방 알 수 있다.
이통3사와 CP들은 2003년부터 최근까지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야설 5천953건을 제공해 479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SKT가 157억6천100만원, KTF가 24억7천500만원, LGT 가 9억1천150만원을 챙기는 등 수익의 41%를 이통업체들이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SKT의 콘텐츠 검수 및 서버 관리를 담당하는 W사는 관리 대가로 37억6천100만원을 받았고 KTF와 LG텔레콤의 마스터 CP인 K사와 M사는 각각 6억1천700만원, 5천865만원을 벌어들였다. 야설을 공급한 40개 CP들은 도합 281억5천만원을 챙겼다.
이 같은 짭잘한 수입에 이통사들은 모바일 세상이 `음란바다'로 채워지고 있는것도 모른 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검찰 수사에 따르면 국내 휴대전화 보유 청소년(10~19세)은 약 484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부모 등 성인 명의로 가입한 청소년이 140만~19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해당 명의자의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성인인증절차를 쉽게 통과해 음란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이통사들은 휴대전화 요금청구시 성인용 정보이용료로 따로 표시해 두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성인물 이용사실을 알고도 대처할 수 없다.
학부모감시단이 지난해 11월 이통3사에 대해 청소년의 성인콘텐츠 접근제한 조치에 대해 점검한 결과, SKT는 가입신청서에 성인콘텐츠 제한 신청란을 마련해 놓았으나 KTF와 LGT는 이마저도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
또 KTF와 LGT는 단순히 무선인터넷 차단 서비스만 제공하고 별도의 성인콘텐츠 차단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 SKT는 성인콘텐츠를 차단할 수 있도록했으나 주민번호 입력으로 차단해제 기능도 함께 제공하고 있었다.
이통 3사는 부모명의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문제점 및 홍보 등도 전혀 하지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얼마나 쉽게 음란물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이통사 불법 성인콘텐츠 미성년자 노출방지 대책
SKT를 비롯해 KTF, LGT등은 그동안 CP들의 불법 성인콘텐츠 제공을 눈감아오면서 이들과 함께 이득을 챙겨왔다.
이번 사법당국의 단속과 정통부 등 정부당국의 규제 움직임이 일자 마지못해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여전히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T는 성인콘텐츠 부작용 방지방안으로 ▲콘텐츠 순화 ▲가이드라인을 통해 CP의 내용변경 방지 ▲미성년 접속 차단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성인콘텐츠에 대한 심의 기준을 대폭 강화해 콘텐츠 제목과 내용을 순화하는 한편 자사의 사전 심의를 받은 콘텐츠에 CP가 변형을 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을개발, 이르면 7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또 미성년자가 부모 주민번호를 도용해 성인콘텐츠에 접속하는 경우를 방지하기위해 가입 또는 명의변경때 성인콘텐츠 차단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했다.
KTF는 휴대전화 명의가 미성년자일 경우 성인 서비스 접속을 원천 차단하고, 부모명의의 휴대전화일지라도 미성년자가 성인서비스를 신청하면 접속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LGT는 문제가 된 콘텐츠를 없애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사를 거친 콘텐츠만 제공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 휴대전화 실사용자가 미성년자임에도불구하고 성인명의로 돼 있어 미성년자에게 휴대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달 고객 소식지를 통해 실사용자 명의로 등록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통3사의 이같은 대책에 대해 당장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부랴부랴 내놓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 문제의 심각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극 대처하려는 의지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