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펀드 200조 시대의 그늘

이철균기자 <증권부>

간접투자상품(펀드)의 수탁액이 2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99년 바이코리아 열풍 이후 5년5개월여 만이다. 최근의 주가조정에도 불구하고 주식형펀드와 부동산펀드에는 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19일 현재 주식형펀드 설정잔액은 12조92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부동산펀드도 출시 1년여 만에 수탁액 2조원을 돌파했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를 맞아 돈 굴릴 곳을 못 찾은 개인투자자들이 간접투자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간접투자 활성화는 국내증시의 장기 수급기반 강화로 연결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펀드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부분도 적지않다. 원금손실을 볼 수 있는 수익증권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일부 판매창구에서는 반강제적인 가입권유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부동산펀드 가운데 중도에 사업 포기로 상품이 해지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펀드판매=실적’이 되다 보니 판매회사 직원들도 앞뒤 가리지 않고 ‘수익’에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펀드 부실판매로 인한 부작용이나 투자자들의 불이익은 심각히 고려되지 않는다. 90년대 말 뮤추얼펀드의 수익률이 급락하자 대규모 환매사태가 이어져 시장에 충격을 줬던 기억은 아직도 많은 투자자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고수익 환상만 쫓는 투자자들도 문제다. 펀드를 100%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대박상품’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아직 많다. 펀드 수탁고 200조원을 넘어서면서 우리 증시는 간접투자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하지만 판매사와 투자자, 운용사 등 각 시장주체들의 펀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으면 간접투자 시대 안착은 요원하다. 잘못된 관행이 고쳐지지 않으면 99년 바이코리아 붐 때처럼, 200조원 시대는 또 하나의 ‘반짝 특수’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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