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통화정책 변경과 일본은행의 역할

파이낸셜타임스 3월2일자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본은행(BOJ)는 오는 4월 정책회의에서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은행권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했던 양적완화정책의 종료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본의 금리는 올해 안에 제로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BOJ의 통화정책 변화는 일본이 저성장-디플레이션의 덫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심각한 위험을 동반할 수도 있다. 만약 정상화가 성급하게 이뤄질 경우 성장과 물가의 역학관계가 위험에 처하고 일본 채권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점진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저렴한 일본 자금의 유입에 익숙해진 세계 금융시장이 동요할 가능성도 있다. BOJ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뿐만 아니라 정책 변화를 원활히 수행해야 하는 임무도 가지고 있다. BOJ는 또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2004년 미국 금리의 정상화 작업을 시작할 때 했던 것처럼 장기적인 의도와 목표를 금융시장에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BOJ는 이 같은 요소를 간과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일본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일본의 실물경제가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탈출했는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일본은행은 양적완화정책을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하며 제로금리 정책도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세계 금융시장도 잠재적인 변동성 증대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캐리 트레이드’성 자산들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BOJ는 양적완화정책을 종료할 수 있는 환경을 분명하게 제시했지만 그 후 벌어질 일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거의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금융시장에 갑자기 닥칠 수 있는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후쿠이 도시히코 BOJ 총재는 그린스펀처럼 적절한 발언을 통해 시장에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정책 의지를 가장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인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도입한다면 상황은 더 쉬워질 수도 있다. 정확한 인플레이션 목표는 토의가 필요하며 1.5~2% 정도가 적절해 보인다. BOJ가 분명히 현재보다 더 많은 안내를 시장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