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울며 겨자먹기' 콜시장 개입 사라진다

■ 한은, 정책금리 RP로 변경<br>단기금융시장 참가자 자율·책임성 높여<br>'대기성 여수신제' 도입 자금부족 지원도


'울며 겨자먹기' 콜시장 개입 사라진다 ■ 한은, 정책금리 RP로 변경단기금융시장 활성화·유동성 조절 기대대기성 여수신제' 도입 자금부족 지원도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대수술에 들어갔다. 지난 99년부터 시행해온 콜금리 목표제 대신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정책금리로 삼아 콜금리 시장기능을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단기시장 통제력을 강화해가겠다는 포석이다. 유동성 조절 여력도 높아지고 금융기관 자율성 강화는 물론 단기금융시장 활성화도 예상된다. 콜시장에서 발을 뺀 대신 '대기성여수신제'라는 안정장치를 도입해 은행권의 자금 부족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콜금리 시장기능 살아난다=그동안 하루짜리 초단기금리인 콜금리는 시장금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금리라는 것이 금융기관 간 거래에서 자금 수급에 의해 움직여야 하지만 한은이 정책금리를 콜금리로 운용해왔기 때문이다. 즉 매달 금통위에서 콜금리 목표를 정하는 통에 실제 시장에서 금융기관의 자금 과부족으로 콜금리가 출렁거려도 한은이 RP를 통해 유동성을 풀고 조여가며 콜금리를 월 목표치에서 벗어나지 않게 조절해왔다. 만일 콜금리가 급변동하면서 한은의 운용목표 금리와 차이가 발생하면 정책목표 금리의 효용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은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장개입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정책금리 변경으로 콜금리가 정상적으로 시장 수급에 의해 움직이게 될 전망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단기금리ㆍ장기금리 등 시장금리에 즉시 영향을 미치는 등 당국이 의도한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유동성 조절 등 부수 효과도 기대=RP로의 정책금리 변경은 콜금리 시장기능 회복과 함께 금융당국의 고민인 유동성 조절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유동성 흡수를 위해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에 나서도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예컨대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의 단기자금 부족으로 콜금리가 급등하면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긴축정책과 정반대로 유동성을 풀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외국은행 국내 지점이나 지급준비금 부과대상이 아닌 자산운용사들의 영업자금 수요까지 한은이 채워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결국 한은의 콜시장 불개입은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를 사전에 차단,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은만 믿고 안일하게 대출영업에 나섰던 은행권이 자신의 책임 아래 정확한 자금수요를 따져보고 단기시장에서 돈을 꾸거나 빌려주는 식으로 적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콜금리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금리변동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일물 거래수요가 증가하는 등 단기금융시장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안전판' 대기성여수신제 도입=한은은 콜시장 불개입으로 있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기성여수신제(자금조정대출)라는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콜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금리가 급등락할 때 중앙은행이 채권 등을 담보로 잡고 시중은행에 단기자금을 빌려주거나 잉여자금을 받아주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영란은행ㆍ유럽중앙은행(ECB) 등이 단기금융시장의 안전판으로 이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예컨대 콜시장에서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 일부 자금난에 봉착한 은행이 높은 금리를 주고서도 콜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때 해당 은행은 한은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에 1%포인트를 더한 벌칙성 금리를 물어야 한다. 평소 단기자금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따른 일종의 페널티다. 반대로 자금이 넘치면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낮게 돈을 맡길 수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콜시장에 혼란이 생겨도 콜금리가 기준금리 대비 ±1%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만약 콜금리가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넘어가면 자금이 부족한 은행은 콜시장 대신 한은에 도움을 청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은 콜금리의 급변동을 방지하기 위해 지준 마감일에는 가산금리를 ±0.50%포인트로 축소, 운용하기로 했다. 입력시간 : 2007/12/0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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