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17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투표의 정치적 타결` 언급과 관련, 대통령과 정당 대표의 의견조율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대통령의 진의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다.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이날 “무엇을 정치적으로 타결하겠다는 것이냐”며 “하야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최 대표는 “선(先) 최도술 비리규명, 후(後) 국민투표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며 “대통령이 회동을 제의하면 검토하고, 회동에 참석하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사덕 총무는 “부담을 나누자는 뜻이건 지혜를 모으자는 뜻이건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이 스스로 제기한 재신임 문제로 나라가 혼란스러운데 이제 와서 정치적 타결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할 일은 `최도술 비리`의 전모를 고백한 후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정치권에 책임을 전가하려 하지 말고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투표는 위헌이므로 당연한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박상천 대표는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니 다행”이라며 “초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대표 회담에서 국민투표의 위헌성을 지적해 철회를 요구하고, 측근비리 진상 공개와 대국민 사과, 근본적 재발방지책 마련 등 당의 입장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순 대변인은 “진작 그랬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범구 의원도 “일단 의회를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평가했다.
통합신당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판단”이라면서도 진의파악에 부심하며 말을 아꼈다. 김영춘 원내부대표는 “야당과의 대화 속에서 재신임 문제를 결정짓겠다는 것으로, 옳은 자세”라고 말했다.
정세균 정책위의장도 “야당이 환영하다 반대로 돌아서는 바람에 대통령이 현실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만약 정치적으로 타결된다면 즉시 국정쇄신을 해야 할 것”이라고 한발 더 나갔다. 정동채 홍보기획단장은 “국민투표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한 결정으로 본다”고 말했고 김근태 원내대표는 “아직 생각을 못해봤다. 좀 더 두고 보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지금이라도 `홧김에 재심임하자고 했으니 한번 봐달라`고 하면 도와줄 생각도 있다”며 “그러려면 청와대와 내각에 있는 정체불명의 사람을 다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운영 대변인은 “우선 최도술 비리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라”고 요구했다.
<최기수기자, 범기영기자 mount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