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설’로 정국의 핵이 되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장고가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전날에 이어 30일에도 오래전 잡힌 점심약속 참석차 잠시 외출한 것을 제외하고는 서빙고동 자택에서 ‘칩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원로급 인사를 포함한 5~6명의 면담요청도 완곡하게 물리쳤다는 후문이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외부에서의 오찬을 위해 서빙고동 자택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올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은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설을 놓고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대통합민주신당 등 여권에서도 그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결단의 주체인 이 전 총재가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그의 침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번주에는 언론에 얘깃거리가 될 만한 일은 없다는 것을 장담한다”고 잘라 말했고 또 다른 측근은 “출마 여부 결정은 이 전 총재가 정치 일생을 거는 일인 만큼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총재의 장고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온다. 대통합신당이 BBK 문제 등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검증문제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있지 않느냐는 분석에서부터 출마를 위해 우호적 여론이 성숙되기까지 기다리며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한 측근은 “이 전 총재는 자기 스스로 대선에 나가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아니다. 다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원하면 모를까”라며 “그런 면에서 장고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 전 총재의 이흥주 특보는 "결단 내용에 대한 파급 효과가 클 것이기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 전망하듯 금명간 결정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가 최근 자택을 찾은 한나라당의 한 의원에게 `차일시피일시(此一時彼一時ㆍ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라는 `선문답'을 건넨 것도 장고가 길어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