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욕망과 고독의 ‘물보라’ 인다

●연극 ‘물보라’<br>어촌축제 ‘고풀이’ 등 한국적 리듬에 실어<br>78년 ‘용만’역 전무송‘선주’로 다시 출연

어촌 사람들의 삶을 축제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오태석 연출의 연극 ‘물보라'.

어촌 사람들의 삶의 내면을 축제로 승화시킨 사실주의 연극 ‘물보라’가 9일부터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무대는 남해의 자그마한 어촌. 막이 오르면 뱃길의 안전을 기원하는 만선제를 올리기 위해 선주(船主)가 진도의 용만이네 풍물패거리를 부른다. 좀 모자란 듯한 동네 아저씨 일렬, 그리고 그의 각시는 백치 같은 화냥기로 동네 남자들과 얽혀있다. 장에 간지 나흘 만에 돌아온 그들 부부의 이야기는 동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당집에서는 만선제가 시작된다. 선주, 이장 등 카리스마적 인물과 어딘가 조금 모자란 듯한 사람이 있고, 백치미를 지닌 아름다운 여자도 있다. 물보라는 어딘가에서 들은 것도 같고, 본 것도 같은 옛날이야기 같은 연극이다. 연극계의 거목 오태석의 초기작인 이 작품은 바닷가 사람들 사이에 넘나드는 소문처럼 술렁이는 삶의 욕망과 절망, 치열함과 고독, 바다의 신비와 운명이 무대 위에 교차된다. 물보라는 ‘고(告)풀이’나 풍물패 등 전통연희와 토속문화 등을 무대 위에 올려 전통의 재발견과 현대적 수용을 통해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연출가 오태석의 연극세계에 방향점을 제시한 작품이기도 하다. 오태석의 최근 작품들과 달리 물보라는 비교적 줄거리가 뚜렷하고 이해하기 쉽다. 공연 관람을 통해서만 희곡 안에 내포되었던 언어와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걸 느낄 수 있다. 서구적 논리에 의한 기승전결이 아니라 한국인의 호흡에 맞는 템포와 리듬에 의존, 논리를 초월하는 비약성과 즉흥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진도씻김굿의 명인인 박병천이 직접 출연해 극의 클라이막스인 고풀이를 하고, 서울시립국악단 부수석인 그의 아들 박영환이 대금을 불면서 시나위 반주를 맡는다. 1,000개의 종이꽃으로 장식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고풀이는 강력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재현해 낸다. 78년 초연당시 ‘용만’ 역으로 출연했던 전무송이 ‘선주’ 역으로 다시 출연해 눈길을 끈다. 연출가 오태석과 출연자 전무송은 이번 물보라가 27년 전 초연작에 비해 더 깊이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풀이가 제대로 자리 잡고 무대에 펼쳐지며, 풍물패의 토속적인 몸짓들은 현대극 못지않은 독특한 신선함으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9일부터 19일까지. (02)2280-4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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