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드라이버 샷 하나는 자신이 있다는 정 사장과의 라운드다.
워낙 힘이 좋아 샷 거리가 골사장보다 평균 30㎙는 더 나가는 정 사장이 오늘은 첫 홀부터 무너진다. 뭔가 보여주려고 너무 힘이 들어갔는지 티샷이 심하게 훅이 나면서 왼쪽 OB 말뚝 쪽으로 날아간다.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OB인지 아닌지 정확히 판단이 되지 않는 상황.
끓어오르는 울화를 꾹꾹 참는 정 사장, 잠정구를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나 더 치고 나가는 게 낫겠군`이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티샷을 한다.
하지만 페어웨이에 나가보니 OB 말뚝 근처에 정 사장이 처음 친 볼이 살아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 사장의 얼굴엔 다시 생기가 넘치고 두번째 볼을 집어 들면서 최초의 볼로 플레이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골사장이 누군가. “안됐네만 최초의 볼은 분실구로 처리해야 하네. 자네가 두번째 볼을 칠 때 나한테 `잠정구`라는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하지 않았거든.”
잠정구라는 말을 확실히 하지 않은 정 사장의 얼굴은 다시 일그러졌고 땅을 치며 4번째 샷을 해야만 했다.
플레이어는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자기의 마커 또는 동반 경기자에게 잠정구를 플레이 할 의사를 통고해야 하며 플레이어 또는 파트너가 원구를 찾으러 나가기 전에 플레이 해야 한다. 이것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볼을 플레이 하면 그 볼은 잠정구가 아니고 스트로크와 거리의 벌에 의해 인플레이의 볼이 되며 원구는 분실된 것으로 친다. (규칙 27조2항)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