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를(사설)

정부는 외국인의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허용할 방침이다. 외국인의 자본참여를 확대하고 적대적 M&A에 대한 공동방어를 담합으로 규정, 강력 규제키로 했다. 재벌총수와 기획조정실 임원을 「사실상의 이사」로 간주, 경영에 대한 법적책임도 지도록 했다.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며칠전 한국개발연구원(KDI)과의 공동 토론회에서 21세기 국가 과제중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다. 기업소유권을 신성불가침으로 여겨 온 기존의 재벌구조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다. 우리나라 재벌그룹은 총수의 산하기업에 대한 배타적 지배권 행사와 선단식 경영이 특징이다. 재벌총수는 지난 4월말 현재 평균 8.4%의 가족 지분율과 34.5%의 계열사 지분율을 토대로 경영권을 휘둘러 왔다. 비효율적이라든가 경쟁력 약화라는 폐해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 현재 경영위기에 처해 있는 기아그룹의 경우 전문경영인 체제로서는 한계가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대주주에게 경영권이 집중된 지금과 같은 상황도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 새로운 경쟁환경에 부응하는 지배구조의 혁신이 필요한 탓이다. 그 대상이 바로 법적 근거없이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권을 행사하고 있는 재벌총수와 기획조정실 임원 등이다. 이들을 사실상의 이사로 간주하고 주주에 대한 이사로서의 충실의무를 상법에 규정하는 방안이 이번에 제시된 것이다. 법적인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소수 주주의 대표소송 등을 통해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우도록 했다. 사외이사 및 사외감사제도도 도입,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감시기능을 강화토록 했다. 지배 대주주의 남용행위를 견제하자는 뜻이다. 기업풍토를 제고하기 위한 또다른 개선책은 외국자본의 국내기업에 대한 M&A 허용이다. 앞으로는 지난번 대농사태때처럼 전경련 등 이익단체가 적대적 M&A에 대해 공동방어를 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이같은 공동방어를 담합으로 규정, 원천 차단키로 했다. 국내기업에 대한 정부의 보호막을 거둬내 효율적인 기업경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우선 재계에서 반대가 거세다. 가뜩이나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와중에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라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적대적인 M&A허용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반발이다. 이제 우리기업들도 정부의 보호속에 안주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해외에 진출하는 것만큼 개방도 해야한다. 따라서 경쟁력을 높여야 할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가 기업들에 요구하고 있는 것도 우선 경영의 투명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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