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겹악재에 카드사 고사위기

계속되는 규제에 세월호 파고까지… "카드사 이젠 살려야 한다"

정보유출 겹치며 불신 극대화… 세월호 참사 이후 매출 20% 뚝

"이러다간 제2 LG카드 나올것" 순기능 발전 심각하게 고민을



최근 만난 한 전업계 카드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돌파구를 찾을 수가 없다. 이제 원점에서 시작해보자고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악재가 터져 나온다. 실적 감소보다 무서운 것은 소비자 불신이다. 이대로라면 카드산업이 존재할 이유가 없고 존재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카드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이러다가 "제2의 LG카드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최근 수년간 계속된 규제정책은 카드산업을 코너로 몰았다. 여기에 연초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초대형 사건이 터지더니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외형(매출)을 또다시 쪼그라들게 만들고 있다.

카드산업의 퇴보는 비단 한 산업권역의 이익 감소나 외형이 축소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카드산업은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부가가치를 창출해왔다. 일상적인 경제생활에서 소비자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고 무엇보다 무형자산인 신용을 이 사회에 뿌리내리게 했다. 카드산업 붕괴는 곧 신용사회가 무너진다는 것을 뜻한다. 대형 카드사의 한 전략 담당 임원은 "신용을 먹고 자라는 카드산업이 불신의 대명사로 지목된 것은 아이러니"라면서도 "이는 다시 말하면 카드산업에 대한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까지 줄곧 부정적 면만 부각시켜 규제의 칼을 들이댔다면 이제는 산업의 질적 발전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선진 국가의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가 신용이다. 선진국에서 신용은 곧 생명이다. 금융산업은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중에서도 카드산업은 신용의 종합체다. 이름부터가 신용(credit)카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카드산업만 놓고 보면 으뜸이다. 껌 한 통을 살 때도 카드가 쓰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 현재 전체 거래에서 카드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달한다. 신용이 거래의 수단이 되자 소비자 편의성은 뛰어올랐다. 이동통신비·택시비·아파트관리비 등 과거 현금이나 자동이체만 통하던 거래들이 카드 결제로 대체됐다. 거래실적 투명화로 세원이 바로 확보됐고 그만큼 사회적 비용은 감소했다.

이 같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불신은 극대화됐다. 카드대란의 원죄는 불신의 토양이 됐다. 주먹구구식 수수료 체계, 고금리 대출장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은 불신을 키우는 불쏘시개가 됐다.

그러자 영리기업이 돈을 벌면 욕을 먹는 비정상적인 상황마저 연출됐다.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대출사업(현금서비스+카드론)도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카드사들이 고금리 대출장사를 한다는 지적과 별개로 대출사업 부문의 순기능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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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매출은 16조7,540억원으로 1년 전(18조4,039억원)에 비해 약 2조원가량 줄었다. 1년 사이 매 분기 실적이 급감했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카드사 대출사업 부문은 은행과 저축은행·대부업체 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은 비제도권의 나락으로 빠지기 전에 카드사 상품을 이용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보험사 약관대출이 맡았던 역할을 카드사 대출사업이 맡아주면서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잇따른 대출사업 규제로 저신용등급자들은 금융 서비스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해지면서 카드산업은 갈 곳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카드산업은 어느 산업권역보다 경기에 민감하다. 전형적인 내수업종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전업계 카드사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급감했다.

이 같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부가가치 창출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지만 소비자 불신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생산적 논의가 실종됐다.

더욱이 금융당국까지 보신주의에 빠져 수년째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네거티브' 중심의 일방적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카드사의 영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규제를 풀었다가 추후 문제가 될 경우 문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변양호신드롬'이 극심하게 춤추는 곳이 바로 카드산업"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대형 카드사의 한 대표는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카드공사'를 설립하는 게 낫다라는 얘기마저 나온다"며 "카드산업의 순기능을 발전시키는 식의 논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근수 여신전문금융협회장 역시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카드업에 대해 영업규제보다 건전성 규제 위주의 금융정책이 필요한 시기"라며 "카드규제를 네거티브제로 전환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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