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개위 주요 쟁점외 1차 개정시안 마련

◎노사 힘겨루기… 대타협 험난/정리해고·변형근로제 등 첨예 대립/자유 출퇴근제 등은 법적근거 마련/내달 4일까지 합의 실패땐 주요쟁점 정부 결단 가능성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개위)는 25일 복수노조, 변형근로 등 미합의 주요쟁점은 제외한 채 기존의 합의사항만으로 일단 1차 노동관계법 개정시안을 마련했다. 다만 미합의 주요쟁점에 대해서는 노사가 좀더 시간을 갖고 진지한 자세로 합의를 도출키 위해 오는 11월4일까지 한차례 전체회의를 더 갖기로 하고 최종 결정을 미뤘다. 만일 11월4일까지도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 그때 가서 노동관계법 개정과 관련한 노개위 최종방침을 결정하겠다는 복안이다. 노개위는 김영삼 대통령의 노사타협 촉구에 따라 이 기간중 합의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때까지도 노사합의에 실패할 경우 표결 또는 직권으로 단일안을 만들어 정부에 건의하든가 아니면 활동시한을 연장, 미합의 사항을 2차 개혁과제로 넘겨 시간을 갖고 노사합의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는 노사가 대립하고 있는 사항을 복수안으로 정부에 건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쟁점사항에 대한 재량권을 정부의 결단에 넘기는 모양새가 된다. 노개위가 이날 확정한 1차 노동관계법 개정 시안에서는 복수 노조허용과 정리해고 및 변형근로제 도입 등 핵심쟁점 사항에 대한 노사간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제12차 전체회의가 예정됐던 지난 18일에도 더 이상 시간을 끌기보다는 1차 기존 합의 사항만으로 개정시안을 마련,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하고 나머지 주요쟁점은 연말까지 시간을 갖고 계속 논의, 확정한 후 내년 봄 임시국회에 상정한다는 방침이 우세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이 일괄적인 노사합의를 강력히 주장, 이날까지 1주일을 더 연기했으나 결국 합의도출에는 실패하고 궁여지책으로 그동안 합의된 사항만으로 1차 시안을 마련했다. 노개위로서도 그동안 토론회, 세미나 등 여론수렴과 전문위원들의 수차례에 걸친 논의 등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전체 법개정 내용에서 53개 쟁점 조항중 32개 사항이 합의된 것은 핵심쟁점 사항의 완전 합의도출은 못했지만 그동안 논의를 결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경총과 노총, 공익위원이 주축이 돼 최초로 노사합의에 의한 법개정 요강을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노조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조 대표자에게 기존의 단체교섭권 이외에 협약체결권까지 부여하고 행정관청의 노조개입을 최소화했다. 또 노동쟁의 신고제를 폐지, 조정을 거친 후에 노동쟁의가 가능토록 조정전치 주의를 도입하고 성실교섭 의무를 명문화했다. 이밖에 현행 기업별 단위노조를 전제 유도하는 규정을 삭제, 산별체제전환이 가능토록 했으며 노조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개별적인 노사관계법에서는 현행 법정퇴직금 제도를 유지하되 법정퇴직금을 하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연금제도로 대체하는 것을 허용, 각 기업이 자신들의 실정에 맞게 퇴직금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럴 경우 기업은 일시에 거액의 지출이 요구되는 퇴직일시금과 달리 자금조달이 원활해져 그 비용을 기술개발 투자나 생산합리화 등에 사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산업구조 변화와 고용형태의 다양화에 따라 노사합의에 의해 자유출퇴근제(Flex Time)·재량근로제·인정근로제 등을 도입, 근로시간을 효율적·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함께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4인 이하 사업장(근로자수 1백50만명)에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되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한편 내년도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노사개혁이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개혁과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관계법 개정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하며 따라서 이달안에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대한 그림이 완성돼야 한다. 그러나 노사가 대타협의 의지를 보이기는 커녕 각각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해 막바지 힘겨루기의 첨예한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개위 불참을 선언했고 한국노총은 노개위가 미합의 사항에 대해 표결로 강행처리할 경우 탈퇴, 총파업 등의 수단으로 법개정 저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게다가 전경련, 경총 등 사용자 단체는 복수노조를 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연일 강경 선언을 하고 나서 대타협에 의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노동계 및 경영계는 핵심쟁점 분야에서 각각 한국의 특수성을 이유로 법개정이 자신들에 유리하게 개정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개정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할 만큼 강하게 버티고 있다. 또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에서는 노사간에 합의되지 않을 경우 어느 한편을 두둔할 수 없는 입장(?)이라 합의만을 강조하고 있고 합의가 안되면 법개정이 곤란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미합의를 이유로 노동법개정을 연기한다면 앞으로 1백년이 지나도 법개정은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고 보면 앞으로 미합의 쟁점에 대해 노사가 합의를 도출할지, 합의도출에 실패할 경우 어떤 절차를 밟아 노동관계법 개정을 마무리할지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최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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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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