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을 찾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자사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구글 월릿(Google wallet)'분야의 협력을 유난히 강조했다. 구글 검색엔진처럼 전세계에 구글 월릿이 모바일 결제의 '표준'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슈미트 회장은 이날 국내 개발자 생태계 지원과 한류 콘텐츠의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지만, 아무래도 초점은 구글 월릿이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같은 구글 생태계의 확산에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4년 만에 방한한 슈미트 회장은 7일 이명박 대통령ㆍ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과의 면담에서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우선 구글은 한국의 우수 개발자와 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하는 '코리아 고 글로벌(Korea Go Global)' 프로젝트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양한 아이디어 공모전과 개발비 지원, 멘토링 서비스, 글로벌 벤처 투자자와의 연결 기회 제공 등이 추가로 논의될 예정이다. 슈미트 회장은 또 자사의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한류 콘텐츠를 세계에 전파하는 방안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슈미트 회장과 만난 이 대통령은 "세계가 하루하루 바뀌어 가고 있는데 구글이 IT 분야의 최고 선두주자로서 한국 기업들과 어떻게 협력을 계속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한국정부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환경 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슈미트 의장은 "구글은 앞으로도 한국기업과 협력하고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슈미트 회장은 국내 정보기술(IT)업계 주요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잇따른 만남에서 좀 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우선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까지 강남과 강북을 오가며 하성민 SK텔레콤 사장ㆍ이석채 KT 회장ㆍ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박병엽 팬택 부회장을 차례로 만났다.
슈미트 회장은 이동통신사 CEO들과의 만남에서 모바일 결제서비스 분야의 협력을 특히 강조했다. 구글은 지난 5월 '구글 월릿'이라는 이름의 근거리무선통신(NFC) 서비스를 공개한 이후 이 서비스의 전세계적인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NFC는 휴대전화 하나로 결제ㆍ쿠폰 이용 등이 가능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구글은 내년 초 서비스 가입자들에게 10달러씩 '무료 체험용 자금'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마케팅 방안도 계획할 만큼 이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씨티그룹ㆍ마스터카드가 구글과 손잡았으며, 구글이 구글월릿의 서비스 범위를 더 확장해 나갈 경우 구글 검색엔진처럼 전세계에 구글 월릿이 모바일 결제의 '표준'처럼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슈미트 회장은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박종석 LG전자 부사장과도 면담을 가진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진영의 결속을 다짐한 것으로 보고 있다.